'베트남 1등 은행' 고삐 죄는 우리銀

1,600억 규모 유상증자 완료
글로벌 수탁은행 업무도 개시

베트남 호찌민 중심지인 1군 시가지에 위치한 베트남우리은행에서 현지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빈난새기자

‘베트남 1등 은행’을 겨냥한 우리은행이 7일 베트남 법인에 1억3,400만달러(약 1,600억원)의 유상증자를 완료했다. 이번 증자로 2억달러였던 베트남우리은행의 자본금은 3억4,000만달러로 단숨에 66% 급증했다. 실탄을 마련한 베트남우리은행은 베트남 전국에 확보한 네트워크와 앞선 디지털 역량으로 현지 영업에 더욱 속도를 붙일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이번 증자는 지난 7월 말 이사회 결의 이후 약 2개월 만에 ‘초스피드’로 마무리됐다. 특히 베트남중앙은행은 베트남우리은행의 유증 신청을 받고 단 2주 만에 승인을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지 당국의 유례 없는 신속한 승인 덕에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증자를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베트남에 잇달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젊은 인구와 높은 성장률로 동남아시아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베트남에 안정적인 영업 기반을 틀기 위해서다. 이미 성장세에는 탄력이 붙었다. 베트남우리은행은 2017년 법인 설립 이후 3년여 만에 지점 수는 4배로, 총자산은 2.5배로 늘렸다.

이날부터는 베트남 투자자산을 보관·관리하는 수탁은행으로서의 업무도 개시해 기존 외국계 은행이 맡았던 9,300억원 규모의 글로벌 펀드를 넘겨받았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은행 중 최대 규모다. 지금까지 베트남으로 투자하는 국내 투자펀드도 외국계 은행에 투자자산을 위탁했지만 앞으로는 우리은행의 글로벌 수탁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베트남 사업 확장에 적극 힘을 싣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해 11월 베트남우리은행의 다낭지점 개점식에도 직접 참석해 “베트남우리은행이 현지 외국계 은행 중 1등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성장이 정체한 미국·유럽 지역 대신 동남아 법인을 해외 핵심 거점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베트남우리은행은 앞으로 2~3년 내 총자산 3조원, 당기순이익 400억원 이상으로 목표를 잡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로 자본비율과 유동성이 개선돼 현지 영업을 안정적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됐다”며 “국내 지·상사뿐 아니라 현지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도 적극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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