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 포스터에 제 얼굴이 크게 있더라고요. 큰 책임감을 느꼈어요.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데뷔 14년 만에 단독 주연이다. 지적장애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영화의 개봉은 설상가상으로 두 차례 미뤄지기도 했다. 영화 ‘돌멩이’ 개봉을 앞두고 적잖게 마음고생을 했을 법하다. 7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선배들이 이런 무게감을 견디면서 왔구나”라며 첫 주연작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여러 차례 개봉을 연기한 끝에 마침내 15일 관객들을 만나는 ‘돌멩이’에 대해 김대명은 “인간적인 마음으로는 빨리 보여드리고 싶지만 제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지 않나. 관객 분들이 가장 편하실 때를 찾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애써 담담해했다.
영화는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서 정미소를 운영하는 8살 지능의 어른아이 ‘석구’(김대명)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범죄자로 몰리면서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지게 되는 이야기를 담는다. 김대명은 8살 마음을 가진 30대 청년 석구를 연기한다. 지적 장애를 가진 석구를 표현해야 했던 김대명은 조심스럽게 캐릭터에 접근했다. 또 시설을 찾아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일상을 지켜보며 석구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석구 같은 캐릭터를 주제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많았잖아요. 어떻게 발바닥을 땅에 붙이고 사는 인물처럼 표현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작사를 통해 보라매공원의 한 시설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기보다 20년 동안 가르치신 선생님을 만났죠. 그 분의 시선이 더 정확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석구처럼 8살의 마음을 가진 친구들이 직접 만든 영화가 있었는데, 그걸 보고 많이 도움 받았어요. 석구의 마음을 가진 친구들의 정확한 시선이 담겨 배역에 더 몰입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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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그가 하는 대사는 100마디도 안된다. 몸짓과 표정, 눈빛, 숨소리만으로 석구를 표현해야 했다. 김대명은 “촬영하는 매 장면이 다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오늘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 시나리오를 다시 봤는데, 대사가 정말 없더라고요. 거의 다 지문으로 채워져 있어요. 석구는 대사로 설명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에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면 더 나았을 텐데 눈빛, 타이밍 등으로 채워나가야 해서 쉽지 않았어요. 그렇게 답답한 마음이 쌓이니까 오히려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더 도움이 됐어요.”
기존의 작품을 참고하기보다 본인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캐릭터를 구축했다. 또 어릴 적 자신의 모습과 석구가 많이 닮았다고도 했다.
“어렸을 때 제가 초등학교 다니던 그 모습, 친구들과 놀 때, 혼자 있을 때, 엄마한테 혼났을 때 등 그 모습을 쫓아가다 보니 솔직한 제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감추게 되고 표현을 덜 하게 되고 숨기게 됐어요. 그걸 솔직하게 드러내는 게 처음엔 쉽지 않았죠.”
‘돌멩이’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묵직한 울림을 전달한다. 잘못된 편견에 대해 석구는 반격의 ‘돌멩이’를 던지기도 한다. 김대명은 영화를 통해 편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고, 옳고 그름을 나누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누군가에게 가르치려 들려고 하지 않아요. 저 스스로 알고 있으려고 해요. 누군가 맞고 틀리는 걸 나누는 것보다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그걸 이해하려고 한살한살 나이 먹으면서 노력하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이 저에게 의견을 낼 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야기들도 맞고 틀린 문제가 아니라 다르다고 생각하고 그걸 재단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게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그렇게 해나가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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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톱 주연이라는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지만, 김대명은 선배 김의성과 송윤아에게 의지하며 자신만의 연기 호흡을 이어갈 수 있었다. 송윤아는 성당 산하의 청소년 쉼터 소장 김선생 역을, 김의성은 석구를 보살피는 마을 성당의 노신부 역을 맡았다.
“송윤아 선배님은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났는데, 범접하기 어려운 스타 이미지로 생각했었어요. 실제로 촬영장에서 뵈니 연기도 너무 잘하시고 배려해 주시고, 분위기를 좋게 이끌어주셔서 감사했죠. 신이 들어가면 바로 집중하는 모습에 놀랐어요. 역시 대단하다 싶었어요. 김의성 선배는 원래 가진 모습이 영화 속 모습과 닮아있어요. 어색하거나 하지 않았어요. 악역을 하는 모습이 관객에겐 익숙할 수 있지만, 이번 영화 속 김의성 선배의 모습이 더 큰 울림이 되길 바라요.”
지난 5월 종영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다소 대중과 거리감이 있던 김대명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한층 더 대중과 가까워졌다. 드라마를 통해 훈남 이미지가 각인됐고, 여성팬들도 많아졌다고 하자 김대명은 “체감하지 못한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올 12월 시즌2 촬영이 진행돼 김대명은 감량한 체중도 유지 중이다.
“드라마를 좋아해 주시는 건 알겠는데 여자분들이 좋아해 주신다는 건 잘 모르겠어요. 다만 전보다는 불편해하지 않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영화에서 악역도 하고 덩치도 있어서 편하게 대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말도 걸어주시고 편하게 대해주세요.(웃음)”
“작품을 위해 20㎏을 감량했어요. 관리에 대한 부담보다 시즌2를 해야 하기 때문에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다행히도 체중을 확 줄인 지 1년이 지나니까 몸에 익었어요. 1년을 유지하니까 조금 먹어도 유지가 되더라고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어렴풋이 겨울쯤에 촬영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러브라인이 깊어질지는 저도 궁금해요. 모두가 바라는 대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