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체크] 재택근무하며 쓰는 커피·화장지값은 누가 내야 할까

NIBUD "하루 2달러로 계산해 고용주가 지급해야"
고용주 "교통비 삭감으로 맞설 것"

지난 2일(현지시간) 네덜란드에서 한 남성이 노트북을 이용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낯설었던 재택근무가 갑작스럽게 도입되면서 여러 문제도 나오고 있는데요, 해외에서는 집에서 근무하며 소비하는 커피와 차, 화장지 등에 필요한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다고 합니다. 언뜻 생각하면 기업이 화장지 비용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싶고, 다르게 생각하면 근무시간에 사용한 것이니만큼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해외에서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로이터통신의 기사를 소개합니다.

하루 2달러씩 고용주가 지급해야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문제에 대해 가장 먼저 답을 제시한 국가는 네덜란드입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재택근무에 필요한 커피와 차, 화장지는 물론 여분의 가스와 전기, 수도, 책상과 의자의 감가상각 비용까지 포함해 고용주가 하루 평균 약 2유로(약 2,700원)를 지급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원격근무에 따른 추가 비용을 조사한 NIBUD의 가브리엘 베튼빌은 “평균적으로 한 가구에 티스푼이 몇 개 있는지까지 계산했기 때문에 비용을 책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2유로라는 금액은 평균인 만큼, 가정용 난방비와 수도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 당국은 이미 NIBUD의 연구결과를 실제로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는 공무원들은 올해 363유로(약 49만원)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근로자들은 당연히 이 같은 결정을 환영합니다. 네덜란드 최대 노동조합인 FNV 관계자는 “정부가 모범 사례를 보였다”며 모든 근로자가 NIBUD의 연구에 따른 보상을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재택근무 하에서 나타나는 구조적·지속적 비용이라는 것이죠.

해외 각국 재택근무 대비 분주
물론 고용주들은 이 같은 움직임에 반대합니다. 네덜란드 고용주협회인 AWVN의 관계자는 NIBUD의 계산이 재택근무자들이 누리는 모든 혜택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근로자들이 집에서 직접 커피를 내리기 때문에 커피값을 보상받아야 한다는 논리는, 집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더 많은 자유시간을 누리고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주장이죠. 근로자들이 재택근무로 인해 발생한 비용을 보상받기는 해야 하지만, 이는 기업이 추가 비용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간 지급했던 교통비를 삭감하는 방식으로 상쇄될 것이라고도 말합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네덜란드에서 한 여성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런 비용까지 계산하는 것은 다소 사소해 보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압도하고 사무실 기반의 근무가 앞으로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전혀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통신은 설명합니다. 이미 여타 국가도 재택근무 확산에 대처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은 고용주들로 하여금 재택근무에 필요한 장비를 지급할 것을 의무화했습니다. 독일은 현재 원격근로자의 권리와 관련한 법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근무시간 외에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것을 막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밖에도 영국은 팬데믹 동안 구매한 업무 관련 장비에 대해 세금을 공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재택근무는 ‘뉴노멀’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에 대비해 화장지 비용의 책임까지 분담하는 꼼꼼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재택근무, 우리도 세심한 대비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요.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