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음식 칼럼니스트/연합뉴스
서해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을 항해 중인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다가 실종된 후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40대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들이 ‘아빠가 죽임을 당할 때 나라는 뭘 했나요’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손편지가 공개된 가운데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편지는 문재인 정부를 공격할 용도로 쓰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보수 언론들은 (편지 관련 기사를) 톱으로 걸었고, 인터넷판에 도배했다”며 “사건의 실체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억울함과 주장만 난무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적었다.
그러면서 황씨는 사망한 공무원을 두고 ‘월북’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북한 수역에서의 사건은 그 실체를 명료하게 알기가 어렵다”면서 “구체적 정보가 있다해도 안보상 군 당국이 밝히지 못하는 것도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황씨는 이어 “공무원의 아들이 쓴 편지를 읽었다”며 “졸지에 아버리를 잃은 자의 애절함과 답답함이 전해졌다. 평생 믿기지 않을 일이 그들 가족에게 닥쳤다”고 상황을 짚었다.
아울러 황씨는 “감정을 다 거두고, 이 사건이 발생한 근원을 생각해보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남북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었으면 적어도 한 인간의 죽음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남북 군대가 북한 수역에 떠 있는 남한 공무원을, 적어도 살렸을 것”이라고 썼다.
황씨는 또한 “남북이 소통하지 않고 대결하는 국면에서는 뜻하지 않은 사건의 희생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앞으로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덧붙여 황씨는 “현재 문재인 정부에 요구해야 하는 것은, 북한과의 긴밀한 소통”이라며 “남북의 군사 경계선에서 사람이 죽는 일을 피하려고 하면 그 길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다시 대화의 테이블에 나오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씨는 이어서 “남한 공무원이 왜 북한 수역에 떠 있었는지 알 수 없다 하여도 그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공무원의 가족에게 위로를 보낸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앞서 공무원 A씨의 아들 B군이 문 대통령을 향해 “아버지의 명예를 돌려달라”며 억울함을 호소한 친필 편지가 지난 5일 A씨의 친형 이래진(55)씨를 통해 공개됐다.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5일 A씨의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A씨의 아들은 편지를 통해 “(아빠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고, 광복절 행사, 3·1절 행사 참여 등에서 아빠의 애국심도 보았다”고 말했다. 또한 “(아빠는) 대한민국의 공무원이었고 보호받아 마땅한 대한민국 국민이었다”며 “저와 엄마, 동생이 삶을 비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돌려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이래진 씨 제공=연합뉴스
B군이 문 대통령에게 쓴 자필 편지는 “존경하는 대통령님께 올립니다”로 시작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명예를 되찾아 달라는 간절한 호소가 담겼다. B군은 아버지 A씨가 피격당하기 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통화를 했고 동생에게는 며칠 후에 집에 오겠다며 화상통화까지 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런 아빠가 갑자기 실종이 되면서 매스컴과 기사에서는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까지 연일 화젯거리로 나오고 있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동생과 저와 엄마는 매일을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한 가정의 가장을 하루아침에 이렇게 몰락시킬 수 있는 자격이 누구에게 있는지요”라고 물었다.
해경은 지난달 29일 중간발표를 통해 실종자(A씨)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점 △북측이 실종자만이 알 수 있는 A씨의 이름, 나이, 고향, 키 등 신상정보를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던 점 △국방부 자료에 실종자가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이 나타난 점 △3억3,000만원의 금융기관 채무 중 2억6,800만원이 도박 빚인 점 등을 들어 월북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B군은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는 저희 아빠가, 180cm의 키에 68kg밖에 되지 않는 마른 체격의 아빠가 39km의 거리를 그것도 조류를 거슬러 갔다는 것이 진정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다”고 해경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본인만 알 수 있는 신상정보를 북에서 알고 있다는 것 또한 총을 들고 있는 북한군이 이름과 고향 등의 인적사항을 묻는데 말을 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라며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면 누구나 살기 위한 발버둥을 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울러 “하지만 이 또한 나라에서 하는 말일뿐 저희 가족들은 그 어떤 증거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발표를 믿을 수가 없다”며 “저는 북측 해역에서 발견되었다는 사람이 저희 아빠라는 사실도 인정할 수 없는데 나라에서는 설득력 없는 이유만을 증거라고 말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B군은 “대통령께 묻고 싶다”며 “지금 저희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의 주인공이 대통령님의 자녀 혹은 손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하실 수 있겠습니까”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