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이 8일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북한군에 피격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의 실종 시간대를 오전 2∼3시 사이로 추정된다며 자력에 의한 북한 이동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청장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조류 특성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지만 조류의 흐름을 타고 구명조끼와 부력재를 탈 경우 북한 측에서 발견될 위치까지 (이동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확정할 수는 없지만 표류예측 시스템에 따라서 (공무원의 어업지도선 이탈 시점을) 2시에서 3시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럴 경우 충분히 그 거리는 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경이 이씨의 실종 시간대를 특정해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에는 이씨가 당직 근무를 하다가 조타실을 나간 지난달 21일 오전 1시 35분부터 당일 오전 11시 30분까지로 넓게 추측해왔다.

김 청장은 이씨가 월북한 정황 증거로 그의 휴대전화가 인위적으로 꺼진 점을 추가로 언급했다. 김 청장은 “확정은 못 짓지만 실족해 물에 빠졌을 때와 휴대전화 전원이 일부러 꺼졌을 때는 차이가 난다고 본다”며 “확인한 바로는 인위적인 힘으로 (휴대전화 전원을) 눌렀고 (월북의) 정황 증거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족했다면 핸드폰이 방수되니 119나 지인에게 전화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실족 가능성은 작다”고 덧붙였다.

앞서 해경은 지난달 중간 수사 브리핑을 열고 이씨가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 근거로 발견된 위치와 그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던 점, 북측이 이씨의 신상을 소상히 알고 있었던 점을 들었다.

김 청장은 이씨에게 국가보안법 위반을 바로 적용하느냐는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는 “1991년 개정된 국보법에 따르면 자유민주주의에 명백한 위협이 있을 때 (국보법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며 “지금은 내사 단계이고 입건도 안 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해상에서 실종자가 나오면 주변인 조사부터 한다”며 “사실관계에 의혹이 많다 보니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농해수위는 해수부 국정감사에 앞서 희생 공무원에 대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