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행복주택 옵션 유형별 제공 현황.(단위=가구)
8만 가구가 공급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행복주택 중 에어컨이 제공되는 집은 고작 193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주거복지를 위해 임대주택 숫자를 늘리고 있지만 정작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내실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8일 국회에서 열린 LH 국정감사에서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5년부터 공급한 행복주택 약 8만가구 중 에어컨이 기본 옵션으로 제공된 집은 고작 193가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LH가 소 의원에게 제출한 행복주택 옵션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163개 지구에 공급된 9만295가구의 행복주택 중 에어컨이 기본 옵션으로 제공된 집은 청주산남2-1 66가구, 원주태장 127가구 등 193가구 뿐이었다. 청년들의 거주 선호도가 높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는 에어컨이 기본 옵션으로 제공된 집이 아예 없었다.
침대나 TV, 인터넷이 기본 옵션으로 제공되는 집은 전체 8만여 가구 중 한 곳도 없었다. 자취생활의 ‘필수템’인 세탁기를 갖춘 집도 전체의 1.3%인 1,000가구 수준에 불과했다. 보편적인 기본 옵션인 가스렌지와 냉장고가 설치된 집도 각각 39%(3만1,293가구), 37.8%(3만364가구)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국 행복주택 중 기본 옵션을 가장 많이 제공하는 행복주택은 전남 영암군의 ‘영암용앙 행복주택’이었다. 세탁기와 냉장고, 가스렌지, 옷장, 책상 등 5개 기본 옵션을 제공했다.
LH와 달리 경기도시공사가 공급하는 행복주택은 에어컨과 냉장고, 가스렌지, 책상 등 4개의 옵션을 기본 제공하고 있어 대조를 이뤘다. 특히 오산가장지구 행복주택은 에어컨과 냉장고, 가스렌지, 책상, 세탁기 등을 기본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소 의원은 “행복주택에 입주하는 청년·대학생들이 에어컨이나 세탁기, 냉장고 등 생활 필수 가전을 직접 구입하면 최소 70만원에서 100만원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무옵션 깡통임대주택’을 공급해 청년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은 청년임대주택 공급의 본래 목적과 배치된다.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 옵션 공급 기준’을 신설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변창흠 LH 사장은 “청년주택에 생활필수 가전제품 확대적용을 위해 정부지원단가 및 표준건축지 인상을 위한 정부 협의 등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답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