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도 차벽"...적법성 공방 치열해진다

김창룡청장 "개천절 같이 집회 통제"
서울시도 지하철역4곳 무정차 검토
여야 "방역 우선""민주 후퇴"설전
"수칙 준수 집회엔 유연한 대응을"



김창룡 경찰청장이 8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창룡 경찰청장이 8일 보수단체의 한글날 집회를 통제하기 위해 광화문 일대에 차벽을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천절 때보다 집회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강경 대응 원칙을 고수할 방침이다. 여야 의원들은 전날 행정안전부 국정감사에 이어 이날 경찰청 국감에서도 차벽 설치의 적법성을 놓고 이틀째 설전을 벌였다.

김 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신고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참여하겠다고 공개된 사항만 봐도 개천절보다 (집회 참가인원이) 늘어나는 상황으로 판단된다”며 “불법집회를 사전에 제한하도록 차벽·폴리스라인 등을 개천절 때와 유사하게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병 확산 가능성이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시위대와 경찰·시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벽 등의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도 한글날 도심 집회를 원천차단하기 위해 지하철 1·2호선 시청역과 경복궁역·광화문역 등 지하철역 4곳의 무정차 통과와 출입구 폐쇄 등을 검토하고 있다. 개천절인 지난 3일에도 지하철이 이들 역사 4곳을 무정차 통과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은 8·15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등 보수성향 단체가 제기한 옥외집회 금지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비대위를 비롯한 보수단체들은 광화문 광장 일대와 중구 을지로입구역 등 서울 도심에서 한글날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지만 경찰로부터 금지 통보를 받았다.

경찰은 다만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과잉대응이라는 지적이 있는 만큼 한글날 당일 집회 상황에 따라 차벽 운용 수위를 완화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개천절 집회 때보다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집회 상황을 봐서 차벽 설치 구간을 일부 줄이고 안국역에서 종로구 사직공원 구간 등에 셔틀버스 운영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전날 행안부 국감에 이어 이날에도 도심 집회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경찰의 차벽 설치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은 “불법집회에 대응하는 방안이 여럿 있는데 차벽까지 설치하니 민주주의 후퇴라는 비판이 많다”며 “한글날은 자랑스러운 날인데 다시 검토해달라. 차벽 설치를 피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같은 당 서범수 의원도 “경찰이 개천절에 차량 537대를 이용해 광화문광장 등에 차벽을 세웠다”며 “전국의 경력을 동원하고 2억원을 들여 폴리스라인을 만드는 등 과잉대응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광복절 집회에서는 코로나 방역에 실패하지 않았느냐”며 “경찰이 개천절 집회에 과잉대응했다고 하는데 연휴기간 코로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고 두둔했다. 같은 당 오영훈 의원은 “한글날 집회에서 차벽을 설치하는 것과 관련해 여론조사에서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응답이 훨씬 많았다”면서 “시민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선에서 집회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방역 목적을 달성하면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운용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집회를 하면 일반 식당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것보다 훨씬 안전할 수 있다”며 “마스크를 끼고 거리두기 원칙을 지키는 시위는 유연하게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동훈·김태영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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