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외국어 몰라도 메신저도 가능"...네이버, 파파고에 160억 투자

10년간 구축한 사전 데이터 바탕
14개 언어쌍 번역 기술 개발 계획

아이돌 슈퍼엠(SuperM)이 V라이브앱에서 팬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접속 언어에 따라 실시간으로 번역한 언어가 이용자에게 전달되고 있다. /브이라이브 화면 캡처

네이버가 자체 번역 서비스 ‘파파고’의 인공지능(AI) 성능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한국어-베트남어, 한국어-인도네시아어, 한국어-프랑스어 등 14개 언어쌍 번역 기술개발에 앞으로 3년 간 총 160억을 투자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한국어의 다양한 구어체와 이모티콘을 많이 쓰는 ‘Z세대’의 습관을 반영하려면 고도로 정밀한 번역 AI 기술이 필요하다”며 “신조어와 이모티콘까지 이해하는 한 단계 향상된 번역 성능을 구현하고, 실시간 번역 기능도 업그레이드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기술개발 투자를 통해 동남아, 유럽 등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현지인들과 메신저 등으로 소통할 때 전혀 문제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네이버의 자체 번역 서비스 ‘파파고’는 월간 활성이용자(MAU)가 1,000만명에 달할 정도로 대중화되어 있다. 파파고는 1억명의 유저를 확보한 ‘브이라이브(V LIVE)앱’을 비롯해 메신저 ‘라인’·기업용 메신저 ‘라인웍스’ 등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파파고 API를 메신저에 설치하거나, 대화방에서 챗봇을 초대하기만 하면 실시간으로 한국어를 번역하고자 하는 언어로 바꿔 전송된다.

네이버가 국내 기계번역 기술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발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 10년 간 사전 서비스 개발을 통해 축적한 방대한 언어 데이터 덕분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는 영국 옥스퍼드사전 등 전통 사전업계가 주춤한 사이 온라인 사전 분야에 260억원을 투자해 업계 최다 언어 사전 데이터를 확보했다”며 “파파고의 AI 번역 기능은 이처럼 꾸준히 언어 데이터를 확보해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계 번역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소통이 늘어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 리서치에 따르면 기계 번역 시장은 내년까지 9억8,330만 달러(1조1,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자, 의료, 군사 분야 등 고도화된 번역이 필요한 분야에서 활용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 MS, 바이두 등 글로벌 기업들도 번역 플랫폼을 갖추고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기계 번역의 품질에는 기축언어와 피번역언어 간 양방향성, 문화적 배경, 시대상 등이 모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를 모두 반영할 수 있는 토종 기업이 나서 장기적인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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