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인 9일 서울 광화문 도로에 돌발적인 집회·시위 등을 차단하기 위한 경찰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9일 한글날에 서울 광화문 일대를 둘러싼 ‘재인산성’이 재연된 가운데 여야가 경찰의 강경 대응을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여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선을 그은 반면 야당은 “헌법 침해” 행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이날 경찰의 차벽 설치와 검문 조치 등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현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 세종대왕에게 오늘은 꽉 막힌 날이 될 듯하다”며 “세종로라 이름 붙여진 광화문광장에서 세종대왕 동상은 한나절 내내 울타리와 차벽에 갇혀 지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코로나19를 핑계로 정권에 반하는 목소리를 아예 차단하겠다고 하는 반헌법적 억지”라며 “신문고를 찢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국민의힘은 오늘도 광화문에 안 가고 방역지침을 준수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정부가 코로나19를 빌미로 민주주의를 탄압한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연휴에 인산인해를 이루는 다른 곳에 대한 대책 정도는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역을 핑계 삼아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광화문 집회만 ‘핀셋 규제’한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세종대왕이 강조했던 애민의 정신을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다”며 “현 정권의 위정자들은 국민을 편 가르고 자신에게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는 사람만을 국민으로 여긴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한글날 집회에도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법원이 집회금지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것은 코로나19 감염 예방과 확산 방지 차원”이라며 “불법집회를 계획하는 방역 방해 세력은 법원 판결대로 즉각 불법집회를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차량집회는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집회 강행 세력을 비호하거나 두둔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만약 집회를 강행하고 방역을 방해하는 세력에 대한 정치적 비호가 있다면 국민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혜린기자 r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