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등 관료 출신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과의 ‘인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이 재임 시절 금감원과 사사건건 부딪치며 불편한 관계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정부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은행권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관 출신의 은행연합회장을 선호하고 있는 만큼 은행연합회장 인사에 따라 금감원과 ‘불편한 동거’가 재연될지 주목된다.
9일 금융권 및 당국에 따르면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거론되는 최 전 위원장은 재임 시절 금감원과 불편한 관계를 보낸 금융관료 중 하나로 손꼽힌다. 최 전 위원장과 윤석헌 금감원장 간 불화의 시작은 윤 원장이 취임하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 원장은 지난 2017년 금융위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금융위가 중점 추진해온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하는 등 사사건건 엇박자를 냈다.
윤 원장이 금감원장에 취임한 후 금융위와 금감원 간 갈등은 더 본격화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비롯해 은행 노동이사제 도입, 특별사법경찰 도입, 금감원 예산 등 사안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견해 차이를 보이면서다.
특히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와 관련해 윤 원장이 “약국(은행)이 환자(피해기업)에게 검증되지 않은 시약을 권한 것과 같다”고 언급하며 피해기업의 보상을 강조한 것과 달리 최 전 위원장은 당시 “다시 들여다볼 사안인지 모르겠다”며 회의적인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키코 사태란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등하면서 은행이 판매한 키코 상품에 가입한 기업들이 큰 피해를 본 것을 말한다. 2013년 대법원은 키코는 불공정 계약이 아니라고 판결했지만 윤 원장은 이를 뒤집고 재조사를 거쳐 은행에 손실액 배상을 권고한 상황이다. 현재까지도 우리은행을 제외하고 다른 은행들은 금감원의 권고를 불수용한 채 자율배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이 급기야 2019년 신년사에서 “암묵적 규제, 보신적 업무 처리, 과중한 검사 및 제재 등 혁신의 발목을 잡는 금융감독 행태도 과감히 개선해나가겠다”고 강조하는 등 갈등이 계속되면서 청와대까지 나서서 봉합을 주문하기도 했다.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최 전 위원장과 함께 거론되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또한 재임 시절 금감원과 불편한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임 전 위원장은 직접 금감원을 방문해 ‘금융개혁 혼연일체’라는 액자를 전달해 화제가 됐다. 금감원에 금융위와 다른 목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당국에서는 임 전 위원장 시절 금감원의 권한이 많이 축소됐다고 평가한다. 금융사의 자율성 강화를 이유로 금감원의 종합검사제도가 폐지된 게 대표적이다. 윤 원장이 취임하고 나서야 종합검사제도가 부활됐다.
금감원으로서는 협회이기는 하지만 이 같은 인연의 전직 관료가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언급되는 게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최 전 위원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 금감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인사 결과를 봐야겠지만 은행연합회와 금감원 간 소통이 잘 이뤄질지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