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서 속고 믿다가 당하고...요지경 중고차시장[토요워치]

'중고차 암행어사'라던 인기 유튜버
믿고 찾아온 고객에 허위매물·탈세
"온라인 매물 95%가 가짜" 통계조사도
피해 호소 끊이지 않는 악순환 반복
"대기업 진입 허용해야" 목소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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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중고차매매 업체는 허위 중고차매물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유명해졌다. 한 피해자는 “240만원에 올라온 티볼리 매물을 보고 딜러를 찾아가 계약서를 썼더니 그제야 온몸에 문신을 한 딜러 여러 명이 에워싸고 “차에 남은 2,100만원의 채권을 승계해야 한다”며 협박했다”고 호소했다. A업체는 강매 피해자들과 함께 업체를 찾아가 환불조치를 끌어내며 ‘중고차 암행어사’라는 별명을 얻었고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13만5,000명을 넘겼다.

그러나 A업체의 ‘활약’은 오래가지 못했다. 자신을 믿고 찾아온 고객을 대상으로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른다는 폭로가 나왔다. ‘다운계약서’를 이용한 탈세, 시세보다 비싼 매물과 허위매물, 무자격 딜러의 응대, 근거 없는 추가 수수료 등의 신고가 이어졌다. A업체는 “잘못에 대해 사죄하고 모든 유튜브 영상을 내린 뒤 폐업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A업체의 사례는 혼탁한 중고차매매 시장의 한 단면이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지난해 판매대수 224만대로 약 178만대의 신차 시장보다 크다. 대당 1,000만원으로 가정해도 연 22조4,000억원이 거래되는 셈이다. 그러나 소수의 양심적 업자를 만난 경우를 제외하면 중고차 시장에 만족하는 참여자는 거의 없다. 소비자는 차량에 대해 잘 모르는 반면 판매자는 속속들이 아는 정보 비대칭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로 허위매물·강매 등 비정상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경기도가 올해 6~7월 온라인 중고차 업체 31곳을 대상으로 업체당 100대씩 총 3,096대를 조사한 결과 정식 등록된 차량은 150대(4.8%)에 불과했고 나머지 2,946대(95.2%)는 허위매물로 드러났다.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 수도 줄지 않고 있다. ‘1372소비자상담센터’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지난달 2일까지 중고차 중개·매매 불만 상담건수는 2만1,662건에 달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최근 미국·유럽 등 선진국처럼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중고차 시장은 2013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진입이 불가능했다. 지난해 초 이 제도가 일몰을 맞기는 했지만 이보다 강력한 ‘소상공인생계형적합업종’ 제도가 도입됐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고차판매업의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심의하고 있다. 생계형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향후 5년간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봉쇄된다. 중고차 업체들은 “사기 딜러는 일부일 뿐 선량한 소상공인은 힘들게 사업하고 있다”며 “대기업이 진입하면 영세업체들은 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완성차 업계는 “중고차 시장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6년간 보호를 받으면서도 자체 정화에 실패했다”며 “진입장벽을 없애 경쟁을 촉진하고 투명한 거래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한신·서종갑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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