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국제유가가 최근 며칠간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유가의 미래는 장기적으로 암울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일자리 보호를 이유로 원유 및 가스 업체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도 과잉공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유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되면 석유의 대안인 재생에너지 활용이 급속도로 늘어나 원유업계에 미칠 타격은 극심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유가 반등을 기대하며 국내 및 해외 정유주에 베팅한 개미들의 불안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셰일가스 핵심 '파쇄법' 금지될 수도
앞서 지난 7일 열린 미국 부통령 후보 간 TV토론에선 원유생산 관련 이슈를 두고 공방이 오고 갔다. 공화당 후보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셰일가스 채굴을 위한 ‘수압 파쇄법(fracking)’을 금지해 관련 일자리를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공세를 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이를 부인했다. 수압 파쇄법을 통해 암반 아래 묻혀 있는 방대한 양의 원유와 천연가스를 채굴하는 길이 열리면서 미국에선 본격적으로 셰일가스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미국은 2010년대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올라섰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에서는 이 방식이 환경을 파괴한다고 보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깨끗한 재생에너지를 공급해 향후 온실가스 배출을 없애겠다는 목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셰일오일을 퍼올리는 펌핑유닛의 모습./연합뉴스
펜스 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대변하는 공화당의 입장은 남부 텍사스주를 중심으로 하는 원유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크레이머는 “트럼프 대통령은 ‘드릴-베이비-드릴’ 타입”이라며 “이 같은 과잉 생산은 유가를 폭락시켰다”고 지적했다. 드릴-베이비-드릴이란 원유나 가스를 더 많이 시추할 것을 지지하는 정치적 수사다.
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변하는 민주당이 집권하면 원유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크레이머는 바이든 정권이 들어선다고 해도 수압 파쇄법을 금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민주당 정권은 더 많은 규제로 석유산업 전체를 옥죄었고 이는 수익에 매우 큰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45달러 반등 가능성도...하지만 투자불능"
최근 유가는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 8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3.1%(1.24달러) 급등한 41.1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허리케인 ‘델타’가 미국 남부의 멕시코만으로 접근하면서 이 지역에서 하루 150만배럴의 원유 생산 시설이 멈춰선 것이 유가에 상승 압력을 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르웨이 석유업계 노동자 파업도 글로벌 원유 공급 축소 전망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현재 유가는 연초 대비 30% 가까이 하락한 수준이다.
WTI 추이./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캡처
공급 문제가 유가 회복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물론 산유국들이 감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전망은 달라질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내년 1월로 계획했던 추가 증산 계획을 철회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수요 회복이 늦춰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주가 하락으로 배당률 높아
미국 석유업체 엑손모빌 로고./AFP연합뉴스
미국 대형 정유사 쉐브론의 경우 올해 주가가 37% 하락했다. 크레이머는 “현 주가 수준에선 6.85%의 배당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면서 정유주를 투자할 경우 배당금을 노리는 전략을 취할 것을 권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