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열병식서 모습 드러낸 신형 ICBM···사거리·탄두 중량 늘어

美 본토까지 타격 가능할 것으로 추정
신형 SLBM·초대형 방사포 등도 공개
이례적으로 새벽시간에 열병식 진행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하고 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10일 북한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국 본토까지 타격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모습이 드러났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열병식은 이날 오후 북한 조선중앙TV가 녹화 방송했다. 열병식 마지막 순서에 등장한 ICBM은 11축 22륜(바퀴 22개)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있었다.

TEL의 바퀴 수만 보더라도 북한이 마지막으로 개발한 ICBM 화성-15형(9축 18륜)보다 미사일 길이가 길어지고 직경도 굵어져 사거리가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화성-15형은 길이는 21m였으고, 이번에 공개된 신형 ICBM은 2∼3m가량 긴 23∼24m로 추정된다. 외형상으로 직경도 화성-15형(2m)보다 약간 커졌다.

미사일 동체 길이와 직경이 커진 것은 추력을 높여 사거리를 늘리기 위한 것으로 1단 추진체에 보조엔진 3개를 달았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군은 화성-15형 사거리를 1만3,000㎞로 추정하고 있고, 이번에 공개된 신형 ICBM은 이보다 훨씬 길 것으로 관측된다. 신형 ICBM의 TEL도 기존 화성-15형 TEL과 외관이 달라져 TEL 제작 기술도 향상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신형 ICBM의 탄두부 길이도 길어져 ‘다탄두 탑재형’ 가능성도 주목된다. 미사일 후미에 지상 거치대로 보이는 장치가 달린 것으로 미뤄 TEL에서 직접 발사하는 기술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을 것으로 군사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북한은 신형 ICBM을 어떻게 명명했는지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군 관계자들은 화성-15형보다 진화한 사실상 ‘화성-16형’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군들이 10일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사열을 하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번 열병식에서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공개했다. 북한 조선중앙TV에 나온 신형 SLBM 동체에 ‘북극성-4’란 글씨가 선명하게 찍혔다. 최초 SLBM인 북극성-1형이나 지난해 발사한 북극성-3형보다 직경이 약간 커진 것으로 추정됐다. 북극성-4는 북한이 건조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3,000톤급 잠수함이나 4,000~5,000톤급 잠수함 탑재용으로 보인다. 열병식에서는 초대형 방사포와 대구경 조종방사포도 모습을 보였다.

한미 정보당국은 이번에 모습을 보인 북한의 전략무기들에 대한 분석에 돌입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과 SLBM, 방사포 등에 대한 정확한 제원 등을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이번 열병식은 자정 넘어 시작돼 새벽 2시까지 진행됐다. 그 동안 열병식을 오전 10시 전후로 개최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심야 열병식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북한이 유례없이 새벽에 열병식을 개최한 것은 당 창건 75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열병식을 “특색 있게 준비하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이번 열병식 연설에서 “그 누구를 겨냥해 전쟁억제력을 키우는 것은 아니고 우리 스스로를 지키자고 키우는 것뿐”이라며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 안전을 다쳐놓는다면 가장 강한 공격적 힘, 선제적으로 총동원해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위협에 맞서 자위적 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는 또 남측을 향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언급하며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 (코로나19)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굳건하게 손 맞잡길 기원한다”며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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