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성매매 피해자에 알선 혐의 적용한 檢 기소유예처분 취소해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연합뉴스

성매매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에도 성매매 알선 혐의를 인정한 검찰의 처분을 헌법재판소가 뒤집었다.

헌재는 태국인 여성 A씨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태국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기 위해 취업 알선자를 통해 한국에 입국했다. 그러나 알선자가 연결해준 업소는 태국 마사지 업소가 아닌 성매매가 이뤄지는 퇴폐 마사지 업소였다. 알선자는 A씨에게 성매매를 강요했고 A씨는 소개비를 갚을 방법이 따로 없어 네 차례 성매매를 하게 됐다.

해당 사건을 수사하던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A씨의 성매매 알선 혐의를 인정해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은 피해자라며 처분에 불복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A씨의 경제적 여건, 언어장벽 등을 고려해 A씨가 알선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았다고 해서 자발적 성매매로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특히 A씨가 성매매 직후 방콕으로 출국하려다 알선자에게 붙잡혀 감금된 점, 마사지업소 주인이 A씨가 인신매매 피해자임을 인정한 점 등을 비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런 정황을 무시하고 A씨의 범죄혐의를 인정해 기소유예 처분했다며 이는 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헌재는 지적했다. 헌재 관계자는 “성매매 혐의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가 성매매 피해자임을 주장하면 이에 반대되는 증거를 검사가 수사해야 함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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