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며 정부가 관련 대책을 잇달아 내놨지만 9월에도 집값 상승세는 이어졌다. 9월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이 사상 최초로 4억원 선을 돌파한 것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상승률’이다. 9월 중위가격은 전달인 8월 대비 10% 이상 뛰었다. 통계가 시작된 2008년 말 이후 역대 최고 수치다.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 껑충>

11일 KB부동산이 발표한 월간 통계를 보면 9월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은 4억 1,349만원이다. 8월 중위가격은 3억 7,325만원이었다, 불과 한 달새 4,024만원, 10.8% 뛴 것이다.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 상승률은 최근 줄곧 1%가 채 되지 않는 변동률을 보여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상승이다. 9월 들어 ‘역대 최고 가격’과 ‘역대 최고 상승률’이라는 기록을 동시에 세운 셈이다. 아파트 중위가격은 아파트를 매매가격 순서대로 줄 세웠을 때 가장 가운데 위치한 가격을 의미한다.

9월 들어 아파트 중위가격이 전례 없는 상승률을 기록한 배경에는 서울 강북권 아파트의 가격 상승이 한몫했다. 추후 수도권 집값이 꾸준히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에 ‘내 집 마련’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서울 중저가 아파트에 매수세가 쏠렸다는 분석이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9월 아파트 중위가격 상승률을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 10%대 상승률을 보인 지역은 서울 강북권이 유일했다. 서울 강북권 아파트의 9월 중위가격은 처음으로 7억원 대를 넘으며 7억5,667만원을 기록했다.




<서울 강북권 10% 올라>

지난달 까지만 해도 중위가격이 6억6,609만원이었지만, 한 달 만에 1억 원 가까이 가격이 뛰며 13.6%의 상승률을 보이 것이다.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이 속한 강남권 아파트 중위가격이 8월 11억5,277만원에서 9월 10억7,667만원으로 6.6%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지역은 경기로, 해당 지역 아파트 중위가격은 4억275만원에서 4억1,345만원으로 오르며 2.65%의 변동률을 보였다.

실제로 서울 강북권이 중저가 아파트에서는 여전히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신축 대단지 ‘꿈의숲해링턴플레이스’ 전용84,67㎡은 지난달 11일 10억2,000만원(10층)에 손바뀜되며 ‘10억 클럽’에 가입했다. 동일 평형이 이보다 한 달 전인 8월15일 9억800만원(11층)에 거래됐다. 한 달 새 매매가가 1억 원이 뛴 것이다. 신축 뿐 아니라 구축 아파트도 상승세가 여전하다. 지난 1999년 입주한 노원구 상계동의 ‘동아불암’아파트는 전용 84.9㎡가 9월 초 6억2,000만원(21층)에 매매됐는데, 이는 7월 실거래가인 4억5,150만원(18층)보다 1억6,850만원 뛴 가격이다. 두 달이 채 안돼 매매가가 37.3% 상승한 것이다.

강력한 부동산 대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거래 위축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에 관망세가 짙어지는 분위기지만, 전문가들은 외곽 지역의 중저가 아파트 가격은 꾸준히 오를 것이라 전망한다. 내 집 마련 막차를 타려는 실수요가 여전히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임대차3법 이후 전세가 귀해지고 가격도 오르면서 차라리 ‘중저가 아파트 매매’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많다”며 “당분간 서울 분양도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저가 단지 쏠림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 설명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