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상승장을 이끌어 온 NAVER(035420) 등 국내 기업의 무형자산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주요 증시에서 기술주의 주가가 적정 가치를 뛰어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증권가에서는 이들을 평가할 새로운 지표로 급부상한 무형자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반기 보고서 연결 기준 코스피200 기업의 무형자산은 총 171조5,282억원 규모로 반년 새 3.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말 156조8,452억원 규모였던 무형자산은 지난해 말(165조6,817억원) 5.63% 늘어난 데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형자산은 물리적 실체가 없는 특허권, 영업권 등을 비롯해 R&D(연구·개발) 비용과 브랜드 가치 등을 일컫는다.
기업별로는 올해 IPO(기업공개) 열풍의 주역인 SK바이오팜(326030)이 올해만 무형자산이 2,040.77% 급증했고, 코로나19 관련주로 무서운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녹십자홀딩스(005250) 역시 무형자산이 132.18% 늘었다. 같은 기간 바이오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셀트리온(068270)도 5.24%와 3.0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언택트(비대면) 관련주인 NAVER도 올해 무형자산이 71.05% 증가했고, 카카오(035720)는 4.66% 늘었다. 이외에도 SKC(011790)(446.89%), SK하이닉스(000660)(41.01%), SK이노베이션(096770)(29.98%), 이마트(22.53%) 등의 무형자산이 크게 늘었다. 특히 올해 증시에서 주가 상승률이 컸던 IT(정보기술)와 바이오 분야 기업들을 중심으로 무형자산 비중이 커지고 있어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 무형자산을 평가에 포함 시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의 영향으로 기술력·브랜드가치·고객관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이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무형자산이 447%나 급증한 모빌리티 ·반도체 등 소재 전문기업 SKC의 경우 지난해 무형자산 항목에 없었던 기술력(475억원)이 올해 새로 추가됐다. 이외에도 LG생활건강 등이 무형자산에 브랜드가치와 고객관계가치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국내 기업의 전체 자산 중 무형자산의 비중이 낮았고, 제조업 중심의 투자가 지속됐다”며 “하지만 국내에서도 무형자산 비중은 점진적으로 증가해왔고 정부도 뉴딜정책을 기반으로 전 산업분야의 디지털화를 가속할 계획인 만큼 국내에서도 미국처럼 점차 무형자산이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핵심요소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다만 무형자산의 경우 아직 명확한 평가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점이 한계로 꼽힌다. 이에 대다수 기업의 무형자산 계정에는 영업권·특허권 등 기본적인 항목들만 포함돼 있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무형자산의 경우 경영진의 주관적인 평가가 중요하게 반영되는 등 정확한 평가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 보이지 않는 자산에 대한 가치측정 방법을 도입해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