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환경부는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연말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본격 적용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이 협약 당사국에 올해까지 탄소저감 방안을 요청하며 국가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각국은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을 2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2050년까지 어떤 형태의 저탄소 사회를 구현할 것인지 유엔에 알려야 한다.
환경부는 LEDS에 2050년 탄소중립 전환을 명문화할 방침이다. 탄소중립이란 온실가스 제거량과 배출량이 상쇄돼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로 일명 네트제로(Net Zero)로 불린다. 올해 초 전문가들이 마련한 초안에는 지난 2017년 대비 온실가스 최대 75% 감축이 목표로 제시됐으나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탄소 감축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목표치를 끌어올렸다.
문제는 이러한 환경부의 목표가 정부 내에서도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는 점이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들이 직접 나서 “국내 발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제동을 걸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현재 국내 핵심 발전원인 석탄발전과 액화천연가스(LNG)발전원 가동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탄소포집기술 등 탄소저감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지 않을 경우 석탄과 LNG 등이 자칫 발전 포트폴리오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탈원전 정책으로 2050년 원전 비중이 15%로 줄고 수소발전이 5% 남짓을 채운다면 80%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워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탄소중립을 대외적으로 공포한다면 전력 수급계획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날씨 등 기후여건에 따라 들쭉날쭉한 신재생 발전은 전력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탄소 배출이 많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급격한 감축 목표가 자칫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산업연구원은 최대 75%까지 탄소를 줄이는 안만으로도 2050년 제조업 생산을 현재 대비 44% 줄여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후방 산업의 고용감소 유발 효과를 종합하면 최대 13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봤다. 정부 관계자는 “석탄을 필수 원재료로 쓰는 철강업처럼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업종이 있다”며 “탄소중립 달성 시한을 못 박기보다는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정도의 의지를 내놓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