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바구니 물가 급등, 인플레 전이 경계해야

서민 물가가 심상치 않다. 1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8월 식료품 물가는 1년 전보다 6.6%나 급등해 OECD 35개 회원국 중 4위에 올랐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9월 소비자 물가가 전년 대비 1.0%나 상승해 3월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배춧값이 지난해 9월보다 67.3% 폭등하는 등 농축수산물이 13.5%나 치솟은 영향이 크다. 올여름 집중호우와 태풍 등에 따른 신선식품 가격 폭등은 다른 장바구니 물가 상승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거비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9월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은 4억1,349만원으로 한 달 새 10.8%나 뛰어올랐다. 통계가 시작된 2008년 말 이후 역대 최고 상승률과 최고 가격이다. 지난달 전셋값도 전년동기 대비 0.5% 올라 2019년 2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정책이 취약계층에게 주거비 폭탄을 안긴 셈이다. 이 와중에 서울시는 정류소를 새로 짓는다며 시내버스 요금을 200~300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종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요금 현실화를 내세워 상하수도 요금을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 요인이 곳곳에 도사린 터에 연쇄 물가 상승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나눠주면서 뒤로는 재산세와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간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잖아도 과잉 유동성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빚투(빚 내서 주식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빚 내서 부동산 투자)’ 현상까지 낳으면서 자산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 신흥국들은 이미 닥친 물가상승을 통제할 정책수단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도 임금 인상 등 비용 상승과 방만한 재정지출까지 겹쳐 인플레이션 징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체감물가 상승은 서민 생활에 주름살을 드리우고 소비위축을 초래해 경제 전반의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다. 정책당국은 장바구니 물가 급등이 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유동성 및 물가에 대한 세심한 관리 등 선제적 조치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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