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나달이 프랑스 오픈 남자단식 우승을 결정 지은 뒤 코트에 앉아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내가 이 코트, 이 도시와 만든 러브스토리는 믿기 어려운 일이다.”
‘흙신’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이 클레이 코트 지배를 이어가며 메이저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최다 우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나달은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끝난 프랑스 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를 3대0(6대0 6대2 7대5)으로 물리쳤다. 이 대회 4년 연속이자 통산 13번째 우승이다. 특히 메이저 통산 20승을 기록해 로저 페더러(4위·스위스)가 보유한 이 부문 최다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나달은 프랑스 오픈 외에는 US 오픈에서 4승, 윔블던 2승, 호주 오픈에서 1승을 올렸다.
트로피를 깨물며 포즈를 취하는 나달. /AP연합뉴스
1986년생으로 34세인 나달은 페더러보다 다섯 살이 어려 메이저 승수 추월도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이날 나달에 패한 조코비치는 나달보다 한 살 어리고 메이저 17승을 기록 중이다.
가을에 열린 프랑스 오픈에서도 ‘흙신’의 위력은 여전했다. 지난 5월24일 개막할 예정이었던 이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다. 습하고 쌀쌀해진 날씨로 코트 컨디션이 달라졌지만 이번 대회 7경기를 모두 3대0으로 마무리하며 무실세트 우승을 완성했다. 빠른 발과 지구력을 앞세운 수비가 강점인 나달은 한 번 바운드된 공이 더 많이 느려지는 클레이 코트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랑스 오픈은 4대 메이저 중 유일하게 클레이 코트에서 열린다.
팽팽한 접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나달은 완승을 거뒀다. 1세트 조코비치의 첫 서브 게임에서 40대15로 끌려가다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기선을 잡았다. 세트스코어 2대0으로 앞선 3세트에서는 게임스코어 5대5로 맞서던 조코비치가 자신의 서브 게임을 더블 폴트로 잃자 나달은 이어진 마지막 자신의 서브 게임을 한 포인트도 내주지 않고 따내 경기를 마무리했다.
나달은 “페더러와 동률이 됐다고 해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며 “프랑스오픈에서 또 우승했다는 자체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무릎 부상으로 올해 US 오픈과 프랑스 오픈에 모두 불참한 페더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나달과 나는 서로의 존재로 인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었다”면서 “당신은 메이저 20승의 자격이 충분하다”고 축하했다. 조코비치도 시상식에서 “나달의 업적에 경의를 표한다. 그는 오늘 왜 자신이 클레이 코트의 황제인지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