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화의 가치가 초강세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위안화가 가파르게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원화 강세장의 수혜주 찾기에 분주한 가운데 조선을 비롯한 증권·철강 등 업종을 주목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6.5원 내린 달러당 1,146.8원에 마감했다. 6일 연속 하락이며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14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4월23일(1,141.8원) 이후 약 1년6개월 만이다.
높아지는 원화 몸값은 중국 위안화에 동조하는 흐름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실물경기 회복세가 뚜렷하고 채권 및 주식 시장에 외국인의 자금이 들어오면서 위안화 강세를 이끌고 있다. 여기에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는 국면도 ‘달러 약세-신흥국 통화 강세’의 배경이라는 설명이 많다. 바이든 당선 시 미중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는데다 재정 정책 확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 흐름상 원화의 추가 강세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진단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가치의 강세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예상외로 빠른 하락을 보이는데 추가 하락의 여지가 크다”며 “글로벌 주가 반등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수 있음도 원·달러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수급 개선에 대한 기대가 큰 분위기다. 실제 신한금융투자가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를 원·달러 환율 구간별로 분석한 결과 달러당 원화가 1,120~1,140원 구간일 때 순매수가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1,385억원 규모를 순매수해 2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를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조선 업종을 주목하는 양상이다. 국내 조선 업종의 경우 선사와 수주 협상 시 원화를 기준으로 하며 주가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또 증권·철강·소프트웨어 등 업종 역시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후 달러당 원화가 1,120~1,140원에 있을 때 조선업종의 월간 평균 수익률은 11.2%로 가장 높았다. 또 증권(6.0%), 소프트웨어(5.8%), 철강(5.6%) 등 업종도 주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모습을 보였다. 이예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실적 시즌에는 호전되는 실적뿐 아니라 원화 강세에 따른 외국인 수급 개선 가능성이 존재하는 업종도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