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실 때를 제외하고는 돈 쓰는 법도 잘 몰랐던 그가 올해 초 진지하게 '삼성전자 우선주를 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자, 그의 아내는 선뜻 투자금을 내어주었다. 그렇게 아내에게 투자 자금을 받아 계좌를 개설하는 데까지는 순조로웠다. 하지만, 그다음부터 더디게 흘러갔다. 팬데믹 쇼크로 급락하던 시장에서는 주가가 더 내려갈 것 같아서, 바닥을 찍고 가파르게 반등하던 시장에서는 어제의 저렴했던 가격이 자꾸만 떠올라서였다. 주식에 입문한 '주린이'의 심리적 흐름을 고스란히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투자 경험이 없다는 단점은 그의 장점이기도 했다. 백지 위에 그려나가는 그림처럼,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는 것처럼 이상혁 팀장은 자신이 배운 지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대입해보기도 하고, 직장 동료의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그는 시장에서 무엇을 체감했을까? 지난 1회 인터뷰에 이어 이번에는 '주린이 팀장'으로서 두 번째 인터뷰를 이어갔다.
<사진= 이상혁 출판팀장 / 이상미디랩 제공>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하죠. 요즘은 펜이 칼보다 강하지 않습니다. 문학 쪽에 오래 있었지만, '문학은 세상을 바꿀 수 없다'가 제가 내린 결론이에요. 다만 문학은 그 책을 읽는 사람 한 명의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면 성공한 거죠. 그런데 저는 『주가 급등 사유 없음』이 사람 한 명을 바꾸는 것을 넘어서서, 사람 한 명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엉뚱한 투자를 해서 큰돈을 잃고 삶의 의욕이 꺾이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중요한 건 사람을 살리는 거거든요. 저는 이 책이 정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투자 실전서이자 공시 전문서라서, 오히려 투자 철학서보다 가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걸 읽는다고 해서 10억 부자, 100억 부자 된다는 말씀은 못 드리겠지만, 최소한 3번 정도 읽고 투자하면 인생에서 크게 좌절하게 되는 위험은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은 장지웅 저자의 첫 경제·경영 도서입니다. 비록 장 저자가 M&A 분야에서 유명한 분이라 하더라도 대중에겐 아직 낯선 이름이죠. 그래서 서점가에서는 이 책을 조명해주기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이 책이 주식시장 현장에서 통한다는 점을 직접 증명해 보이고 싶었습니다. 이 책을 만든 사람으로서, 세상에 없던 이 책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Q. '세상에 없던 책'이란 표현까지 쓰셨는데요, 어떤 점이 기존 공시 책들과 차별화되었다는 건가요?
다른 이들이 기존에 공시 하나하나를 개념적으로만 풀이한 책을 내놓았다면, M&A 15년 경력의 장지웅 저자는 실제 M&A에서 수익을 내기까지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시들을 통째로 엮은 하나의 스토리 선상에서 특정 공시를 파악할 수 있게 한 점이 그야말로 독보적이었어요. M&A라는 건 쉽게 말해 어떤 기업을 사서 이윤을 남기는 거잖아요. 따라서 M&A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각의 공시 요소들은 '물건을 사서 돈을 버는 과정'의 매뉴얼이 됩니다. 단순히 공시에 나타난 항목 설명만 놓고 보면, 우리 책보다 더 자세하게 설명한 책이 있어요. 다만 그런 책은 지식으로 남되 실전에 활용하진 못하는 한계가 있죠. 주식 종목을 매매할 때 개념적 접근법이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었습니다.
회계사, 주식 전문가 등 몇몇은 경고하기도 합니다. 메자닌 채권, 다시 말해 CB(전환사채)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가 발행된 주식 종목은 위험하니 가급적 사지 말라고요. 그런데 장지웅 저자는 메자닌 채권의 경우 이런 때 발행되므로 개인투자자분들은 주식을 언제 사서 언제 팔라고 말합니다. 장 저자는 해당 회사가 메자닌 채권을 발행하는 전체 맥락을 보여줌으로써 개인투자자들에게 위험하지도 않거니와, 합리적인 매수·매도 타이밍까지 말해주는 거죠. 이렇게까지 알려주는 책이 없었습니다.
Q. 주식 전문 서적은 지난해에도 여러 권 출간하신 걸로 아는데, 그때는 왜 주식에 도전해보지 않으신 거에요?
입사했을 당시 주식에 관심조차 없었어요. 다만 편집자로서 ‘알고 경험하고 만들자’는 마음으로 정말 많은 주식 책과 영상 콘텐츠를 찾아봤죠. 그래서 모르는 사람이 제가 주식 얘기하는 걸 봤다면 아마 주식 전문가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실제로는 매매를 한 번도 안 해봤는데 말이에요. 집에서 무술 교본을 보고 스파링 한 번 안 해본 사람이 무림을 제패했다고 생각한 거나 다름없죠.
이종찬 편집장이 실제 매매를 해보라고 계속 추천하긴 했었는데, 그땐 왜 그러나 싶었습니다. 때 되면 알아서 다 잘할 텐데 왜 그러나 했죠. 그런데 ‘그때’를 찾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Q. 주식을 언제 사서 언제 팔아야 하는지는 모든 투자자의 공통된 고민 아닐까요?
그 차원이 아니었어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안전하게 삼성전자 우선주를 사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거든요. 그 후에 다들 삼성전자, 삼성전자 하시니까 ‘역시 내 판단이 옳았군!’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 후 팬데믹으로 폭락이 이어지니까 바닥에 사야겠다고 결심했죠. ‘아직 바닥이 아니야’ 나름 똑똑한 척 하면서 차일피일 투자를 미뤘는데, 반등이 시작되었지 뭡니까. 그런데 이게 또 문제가,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니까 예전 바닥 찍었던 가격이 생각나서 아까워서 못 사겠는 거예요. 비싸 보이는 거죠. 그냥 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주가 급등 사유 없음』의 본격적인 편집이 시작되니까 바빠서 또 못 샀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폭락장에서 저가 매수 기회 다 놓치고, 반등 상승장에서 기회도 다 놓친 후에야 시작했던 거죠.
<이미지= 『주가 급등 사유 없음(장지웅 저)』 발췌 / 이상미디랩 제공>
Q. 시장에 들어가자마자 『주가 급등 사유 없음』에서 소개한 ‘세력주’에 투자하셨는데, 책 내용 중구체적으로 어느 부문을 실전투자에 접목하셨나요?
출판계에 재미있는 직업병이 있는데, 만드는 책을 따라갑니다. 여행서를 만들다 갑자기 퇴사하고 훌쩍 세계여행을 가는 편집자도 있었고요, 친했던 편집자 한 분은 부동산 경매 책을 편집하다가 실제로 경매를 시작하더니 지금은 독립해서 주식과 부동산 책을 꾸준히 내고 있습니다.
『주가 급등 사유 없음』 출간 전후로 한창 바쁘다가 책을 내놓은 지 한 3주 정도 후인 지난 8월 7일 첫 투자를 했는데요. 책 본문 160쪽에 '세력의 공시 흐름'이라고 해서 주가 부양 전 공시가 나오는 흐름을 순서대로 표기해놓은 게 있습니다. 이것과 완벽히 일치하는 패턴은 아니었지만, 큰 흐름이 유사했던 한 코스닥 종목을 보고 급등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매수했습니다.
물론 비중으로 안전 장치를 마련하긴 했습니다. 이 코스닥 종목에 20%, 돌다리 같은 코스피 우량 종목에 80% 비율로 투자금을 나눠 넣었거든요.
Q. 실제로 투자해보니 어떠셨나요? 이론과 실전이 많이 다른가요?
다르더라고요. 확실히 다릅니다. 이건 모의투자가 아닌 실전이거든요. 요새는 다 모바일로 주식을 매매하잖아요? 문자 메시지 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주식을 사고팔 수 있고 단계가 간소화돼서 편리한 반면, 고민하고 숙고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죠.
운칠기삼이라고, LG전자 같은 경우에는 매수한 후 당시 52주 신고가에 거의 근접했을 때 팔아서 한우 값을 벌었습니다. 2~30만 원이 제 손에 떨어지니까 흥분되더라고요. 그동안 몇 번의 거래는 스윙 위주로 무조건 안전하게 가자, 보수적으로 가자는 원칙을 세웠었는데, 갑자기 뭐라도 막 사야겠는 거에요.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MTS를 들여다보다가 자연스럽게 매도 주문을 넣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팔자마자 삼성SDI를 또 샀죠. 하루에 두 종목을 사고판 건데 그전까지는 그런 적이 없었습니다.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었는데 또 바로 팔아서 0.9% 정도 먹었나? 수익률이 그랬죠. 분명히 더 갈 상황이었는데 왜 그랬는지 지금도 아쉽습니다. 그래서 “복기해라”, “매매일지를 써라”라고 고수분들이 말씀하시나 봅니다. 후회되는 실수한 것들을 기록하고 거울을 보듯 바라봐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테니까요. ‘쉬는 것도 투자다’라는 격언을 그때 비로소 실감했습니다.
Q. 앞으로 어떤 투자를 하실 계획인가요?
문학에서 시간을 견딘 걸 '고전'이라고 부릅니다. 투자에서도 시간을 견디는 투자를 하고 싶어요. 저는 개인투자자로서 당장 주식을 팔아서 무엇을 사겠다는 마음가짐보다는, 주식이 제2의 월급이 될 수 있도록 꾸준히 투자를 늘려갈 계획입니다. 2~3%씩 꾸준히 수익을 내는 게 바로 '복리의 마법'이니까요. 단타도 하고요, 장기투자도 할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운이 좋다고 느낀 게, 좋은 책을 만드는 일이 곧 제 주식 체력을 늘리는 일과 같다는 점입니다.
요즘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분들을 보면 정말 지혜로운 투자, 스마트한 대응을 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투자자 모두 시장의 흐름을 타면서 기관과 외국인을 이기는 투자자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Q. 끝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급락장에서 주식 투자를 시작하신 개인투자자분들이 많습니다. 그 자체로는 정말 환영하고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투자자가 승리하는 투자자라고 생각하기에, 저는 지금이 개인 투자자분들에게 위기이자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주식 시장에 엄청난 유동성이 밀려 들어와 초보자도 수익을 내기 좋은 시장이었다면, 이제는 자신만의 매매 기법을 확립하고 투자 원칙을 굳건히 세워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저희가 반등장에서 『주가 급등 사유 없음』을 출간하여 매매 타이밍을 짚어주는 실전 공시 해설서를 선보였다면, 진검승부가 시작되는 이때를 위해 변화하는 시장 전망 분석과 투자 철학, 실질적인 매매 기법과 기본적, 기술적 분석을 아우르는 책을 연말에 출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책을 만드는 편집자가 아니라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실패하지 않는 매매를 돕는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잃어도 되는 돈은 없다는 걸 명확히 알고 있기에, 투자자분들의 소중한 자금을 지켜주는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모두 성투하세요.
/김동호기자 dong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