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강세에 유럽 선사 '꿈틀'...조선업 단비되나

■심층분석-대우조선 LNG선 2조 수주
20년간 유로화 가치-발주량 비례
조선업 하반기 수주 본격화 기대
'운임 선방' 유럽선사 실적 개선
中 신뢰도 하락 따른 반사익도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사진제공=현대중공업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저유가 기조로 얼어붙었던 국내 조선업계에 부활의 뱃길이 열리고 있다. ‘큰손’ 유럽 선사들이 움직이고 있어서다. 최근 유로화 강세와 실적 호조로 선박 발주 동력을 되찾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유럽 지역 선사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6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수주금액은 총 2조원대다. 대우조선해양은 선주측의 요청으로 세부적인 계약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업계에서는 높은 수주 금액을 고려했을 때 고부가가치 선박인 쇄빙 LNG선을 수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이번 수주를 시작으로 올 하반기 유럽 선사들의 발주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환율이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 달러 대비 유로화의 가치는 지난 2월 1.09달러에서 이달 1.18달러대로 올랐다. 유럽 선주들이 선박 발주를 위해 가장 마지막까지 고려하는 것은 환율 움직임이다.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높아질 때 선박을 발주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국 조선소들도 선박 건조 원가는 원화로 고정된 상황에서 달러 선가를 두고 선주와 협상을 벌이기 때문에 원화가 강세를 보일 때 선박 수주계약을 늘리게 된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999년부터 유로화와 선박발주 간 관계를 보면 유로화가 강세를 보였던 구간에서 선박 발주가 늘어났다”며 “올해 선박 발주는 상반기 부진으로 지난해보다 35%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 수주가 상반기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유럽 선사들의 실적이 개선된 점도 기대감을 더한다. 머스크의 지난 2·4분기 영업이익률은 7.7%로 2015년 3·4분기(11.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 여파에도 컨테이너 수요 감소폭이 작았고, 해운동맹간 공조로 일제히 감편에 나서면서 운임 방어를 한 덕분이다.

국내 조선업계의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이 ‘품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중국 조선소는 2017년 한국을 제치고 프랑스 선사 CMA CGM의 컨테이너선을 수주했지만, 1년 가까이 납기가 늦어졌다. 이에 중국 정부와 은행들의 유리한 금융지원에도 유럽선사들이 믿을만한 파트너인 한국 조선소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독일 하팍로이드의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모잠비크 LNG선 등 하반기 수주전에서 한국 업체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어 일감부족 우려가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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