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기관은 특이점 없다는데...입시업계 “상·하위권 격차 커졌다”

9월 모평 채점 결과 놓고 해석 '분분'
"절대평가 영어과목 중위권 감소 확인"

지난달 16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9월 모의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지난달 16일 치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 결과를 분석한 결과 또 상·하위권 격차 확대가 확인됐다는 입시업계의 의견이 나왔다. 모평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재수생 강세는 물론 상·하위권 학습 격차도 확인돼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절대 평가 영역인 영어 성적 등에서 중위권이 점차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평가원은 수능 9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 표준점수 최고점이 국어영역은 138점, 수학 가형은 132점, 수학 나형은 148점이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해 치러진 2020학년도 수능과 비교하면 국어영역과 수학 가형 최고점은 각각 2점, 수학 나형 최고점은 1점 하락했다.

표준점수는 학생의 원점수가 평균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나타내는 점수다. 시험이 어려우면 평균이 내려가 표준점수 최고점이 올라가고 시험이 쉬우면 반대로 표준점수 최고점이 내려가는 경향이 있다.

1등급과 2등급이 나뉘는 등급 구분 표준점수(1등급 커트라인)는 국어영역 129점, 수학 가형 126점, 수학 나형 135점이었다. 지난해 수능과 비교하면 국어영역과 수학 가형은 각각 2점 떨어졌고, 수학 나형은 같았다.

국어영역에서 1등급을 맞은 학생 비율은 4.19%로 작년 수능(4.82%)보다 감소했고, 표준점수 최고점 비율도 0.06%로 작년 수능(0.16%)보다 줄었다.


수학 가형 1등급 비율은 5.84%로 작년 수능(5.63%)보다 확대됐고, 표준점수 최고점자 비율도 0.58%에서 0.71%로 늘었다. 수학 나형 1등급 비율은 5.32%로 작년 수능(5.02%)보다 상승했으나 표준점수 최고점자 비율은 0.21%에서 0.17%로 줄었다.

절대평가인 영어영역은 원점수 90점 이상을 받은 1등급 학생 비율이 5.75%로 나타나 지난해 수능(7.43%) 때보다 줄어들어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자료제공=한국교육과정평가원

임성호 종로학원 하늘교육 대표는 “표준점수 점수가 140점 수준이면 어려운 시험으로 볼 수 있고, 국어 영역의 경우 140점에 가까웠다”며 “수험생 입장에서는 국어와 수학 나형은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가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원격수업으로 학력 격차가 심해졌다는 지적을 부인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6월 모평과 마찬가지로 등급별 비율을 살펴본 결과 예년 대비 특이점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재학생 상위권이 늘고 중위권이 줄어드는 부분도 상·중·하위권 등급별 비율을 살펴본 결과 별다른 특이점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입시업계에서는 중위권이 줄어 상·하위권 격차가 벌어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영덕 대성학원 학력개발연구소장은 “국어, 수학 나형 표준점수가 작년 수능보다 하락한 것은 상·하위권 격차가 심했기 때문”이라며 “평균에서 점수가 벌어진 학생들이 많아질수록, 즉 학생들 간 성적 격차가 심해질수록 산식상 표준점수는 하락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모평 때 절대평가인 영어에서 중위권이 줄어든 데 이어 이번에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성호 종로학원 하늘교육 대표는 “영어의 경우 1등급 비율은 작년 9월 모의평가 때와 비슷한데 2∼3등급 비율은 6%가량 줄고 5등급 이하 비율은 6% 늘었다. 6월 모평 때와 마찬가지로 상위권은 안정감 있게 비율이 유지되는데 2∼3등급은 줄고 하위권은 늘었다”며 “영어 공부를 소홀히 했는지, 코로나 영향인지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확인할 수 없지만 영어에서 성적대별 격차는 이번 모평에서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9월 모의평가에 응시한 수험생은 38만9,646명이었다. 재학생이 83.0%인 32만3,295명, 졸업생은 17.0%인 6만6,351명이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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