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한미 친선 비영리재단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온라인으로 진행한 밴 플리트 상 시상식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수상 소감을 전하고 있다. ‘밴 플리트 상’은 매년 한미관계에 공헌한 인물 또는 단체에 주어지는 상으로, 방탄소년단은 음악과 메시지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열풍을 일으키고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연합뉴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한국전쟁 70주년을 언급하자 중국 네티즌들이 국가 존엄을 모욕하는 행위라며 대규모 반한(反韓) 운동에 나선 가운데,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청와대와 여당, 기업 등의 태도 변화를 겨냥해 “곤란한 상황에 닥치니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 비대위원은 1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뉴욕타임스 “중국 누리꾼들이 악의 없는 BTS 발언을 공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한 뒤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또는 상업적으로 이용가치가 있을 때는 앞 다투어 친한척하고 챙기는 듯 하더니 이런 곤란한 상황에 닥치니 기업은 겁먹고 거리 두고, 청와대도 침묵하고, 군대까지 빼주자던 여당도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며 “이 와중에 주미대사의 국감발언은 이런 중국의 압박에 굴복해야 하는 게 시대흐름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맹폭했다.
그러면서 “대사님. BTS의 발언을 국가존엄을 무시했다고 덤비는 이런 국가와는 사랑해서 동맹을 맺어야 하느냐”며 “아무래도 우리의 BTS는 우리가 지켜야겠다. 아미 도와줘요”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7일 BTS는 밴 플리트상을 수상한 뒤 밝힌 소감에서 “올해 행사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다”며 “우리는 양국(한국과 미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남녀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중국 환구시보는 12일 BTS의 수감 소감 중 ‘양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는 부분이 중국 네티즌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가 존엄을 건드리는 행위라는 이유에서다.
중국은 한국전쟁에 자국군이 참전한 것을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라고 부르고 있다. 1950년 말 유엔군이 38선을 넘어 북진하자 중국군이 전격 가담했고, 당시 마오쩌뚱 주석의 장남 마오안잉(毛岸英)을 포함 13여만명이 전사했다. 중국은 최근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항미원조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0∼11일 열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유료 온라인 콘서트 ‘BTS 맵 오브 더 솔 원’을 191개국에서 총 99만3천명이 시청했다고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12일 밝혔다./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연합뉴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이 BTS 팬클럽 ‘아미 탈퇴’에 이어 한국 관련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벌이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삼성전자는 BTS가 모델인 자사 제품을 중국 온라인에서 삭제했고, 의류 브랜드 휠라(FILA)와 현대자동차도 BTS 관련 사진과 광고 이미지를 지우거나 숨김으로 처리했다.
아울러 청와대와 여당은 BTS 관련 논란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BTS가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1위에 올랐을 당시 청와대가 직접 BTS를 초청하고, 여당이 군 면제를 주장했던 것에 반하면 태도가 현격하게 달라졌다는 것이 김 비대위원의 지적이다.
한편,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네티즌들의 비난 이후 BTS를 감싸면서 “방탄소년단(BTS)의 악의 없는 발언에 중국 네티즌들이 공격적으로 반응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삼성, 휠라 등은 BTS와 협력한 흔적을 없애면서 거리를 뒀다”며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다국적 기업이 중국인의 애국심을 좇는 최신 사례로 중국에서 불매 운동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영국에서도 BTS를 비호하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 브랜드가 중국의 편협한 민족주의에 희생된 최신 사례가 발생했다”며 BTS의 수상 소감 관련 사건을 자세히 소개한 뒤 중국에 진출한 브랜드가 중국의 민족주의에 희생되는 사건을 열거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