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시민들이 거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당국의 철거명령에 대해 항의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베를린연합뉴스
일본 당국의 압박으로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철거 위기에 몰리자 현지에서는 물론 일본 내부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독일 현시 시민과 교민 300명은 베를린 미테구(區) 거리에 설치된 소녀상 앞에서부터 소녀상 철거를 명령한 구청 앞까지 30여분간 행진하며 명령 철회를 요구했다. 소녀상 설치를 주도했던 코리아협의회의 한정화 대표는 집회에서 “한국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지배하에 있던 아시아·태평양 국가 여성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국제적으로 보편적인 여성 인권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된 소녀상은 베를린 미테의 비르켄 거리와 브레머 거리가 교차하는 지점에 설치돼있다. 독일에서 소녀상이 설치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인데, 공공장소에 세워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특히 소녀상이 위치한 지역은 지하철역 인근 음식점과 카페가 많은 곳이라 지역 시민의 접근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에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청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로이터연합뉴스
이에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소녀상 설치는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철거를 추진하겠다고 말했고, 이어 일본의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소녀상 철거를 요청했다. 일본의 이 같은 요청이 이어진 후 지난 7일 미테구는 코리아협의회에 오는 14일까지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미테구는 자진 철거를 하지 않을 경우 강제 집행을 하고 이에 대한 비용을 코리아협의회에 청구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일본의 시민단체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전국행동’이 13일 도쿄도(東京都)에 있는 총리관저 앞에서 집회를 열어 일본 정부에 베를린시에 건립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 요청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도쿄연합뉴스
갑작스러운 소녀상 철거 명령에 일본 내부에서도 반발 여론이 형성됐다. 13일 일본의 시민단체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전국행동(이하 전국행동)’은 일본 정부에 소녀상 철거 요청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전국행동은 정부에 제출할 항의문에서 “독일 베를린시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일본 정부가 철거를 요청했고, 이에 응한 베를린시 미테구가 설치 단체에 철거 명령을 내렸다”며 “우리는 이 소식을 접하고 부끄럽고 화가 나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기념물 설치를 방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미국과 독일, 호주, 중국, 필리핀 등에서 설치를 방해해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단체는 “(일본 정부는) 가해국으로 누구보다 사실을 정면으로 직시하고 마음으로부터 반성하고, 이 교훈을 인류가 되새길 수 있도록 솔선해서 기억, 교육, 계승하는 자세를 피해자들에게, 피해국에, 그리고 세계에 보여야 존경받고 존중받는 나라가 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행동은 베를린시 미테구 구청장에게 보내는 요청서에선 “평화의 소녀상은 이제 성폭력 근절과 평화를 염원하는 상징이 됐다”며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철거 명령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