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 영향을 검토하라고 지난달 금융당국에 직접 지시를 내렸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부가 연 24%인 법정 최고금리를 추가로 내리기 위한 작업에 시동을 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당시 연 27.9%였던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까지 내리겠다고 공약했지만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에서마저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에 보류된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일부 업체의 약탈적 대출을 막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하지만 일률적인 ‘금리 인하’ 카드를 쓰는 것은 오히려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
13일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9월1일 금융위에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의 시장 영향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시가 있었던 것은 맞다”며 “2018년 2월에 시행한 최고금리 인하의 영향을 모니터링하면서 앞으로의 방향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2018년 정부는 연 27.9%였던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로 내렸다.
금융위는 이번 지시가 추가 금리 인하를 추진하기 위한 작업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지만 금융권의 반응은 다르다. 대부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최고금리 추가 인하를 위한) 동력이 약해졌었는데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지시를 내렸다면 추진력이 다시 강해질 수 있다”며 “지난번 최고금리 인하도 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이번에도 국회를 거치지 않고 정부 차원에서 시행령을 고쳐 금리를 내리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법 개정과 달리 시행령 개정은 국무회의와 대통령 재가만 거치면 돼 정부 차원의 합의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전문가들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양날의 검과 같다고 지적한다. 소비자가 신용도보다 과도한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면 이를 교정할 수 있고 서민의 이자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런 효과보다는 대부시장 자체가 쪼그라들면서 저신용자의 급박한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민간의 자금 공급이 막힐 수 있다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실제 김상봉 한성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011·2014·2016년에도 각각 법정 최고금리가 내렸을 때 비은행에서 새로 돈을 빌린 저신용 대출자 규모는 유의미하게 줄었다. 김 교수는 “법정 최고금리를 1%포인트 내리면 최소 26조원에 이르는 저신용자의 대출 수요가 불법 사금융으로 빠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대부업체 이용자의 대부분은 신용등급이 6~7등급 이하다. 이들은 평균 연 21.1%대의 금리로 합법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대부업체에서조차 거절당하기 일쑤다. 서민금융연구원이 대부업·사금융 이용자를 직접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지난해 70.1%로 2016년 16%, 2017년 31.7%에 견줘 비약적으로 늘었다. 주요 업체의 대출 승인율도 2015년 21.2%에서 지난해 11.8%로 반토막 났다.
이 때문에 서민의 제도권 금융 기회를 박탈하지 않으면서도 약탈적인 대출 위험을 줄이려면 획일적으로 최고금리를 내리는 것보다 복합적인 정책 도구를 고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수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연합(EU)·영국 등 해외처럼 대출규모별 차별화, 대출기간 또는 횟수 제한 등 다양한 방식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며 “법정 최고금리를 설정할 때에는 절대적 수준을 제시하는 지금과 달리 시장금리의 일정 배수나 가산금리를 더하는 등의 상대적 방식을 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