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서울에서 월세로 원룸에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A씨는 최근 전세로 갈아타기 위해 집을 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자금이 여의치 않다 보니 아파트는 꿈도 못 꾼다. 원룸·투룸 등 빌라·다가구를 알아보고 있지만 매물 자체도 귀한데다 전세로 나온 매물 중 상당수가 ‘전세자금대출 불가’를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요새 반지하 원룸도 전세보증금이 1억원이 넘는데 나 같은 사회 초년생들이 대출 없이 어떻게 그 큰돈을 구할 수 있겠나”라며 “그렇지 않아도 전세 찾기가 힘든데 대출이 되는 집까지 골라내면 정말 매물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이 주로 선택하는 다세대나 다가구·빌라가 심각한 전세난에 시달리고 있다. 애초에 전세 매물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전세자금대출을 거부하는 매물이 많기 때문이다. 원룸 전세도 1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상황에서 목돈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들이 대출을 끼지 않고 전세를 얻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전세대출 되는 빌라 없다=13일 다방에 따르면 다방에 게재된 비아파트(다세대·다가구·빌라) 전월세 매물 가운데 전세 비중은 37.1%로 40%가 채 안 된다. 더 큰 문제는 이 전세 매물 중에서도 23.16%는 전세대출이 불가한 매물이라는 점이다. 원룸이나 투룸·스리룸 등의 전세 매물 4건 중 1건은 전세대출이 불가한 셈이다. 다방의 경우 매물 게재 시 집주인에게 전세대출 여부를 체크하도록 하고 있다.
대출 불가 매물이 가장 많은 구는 동대문구였다. 동대문구는 전세 매물의 절반에 육박하는 48.05%가 대출 불가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종로구 44.78%, 중구 44.32%, 성동구 40.77% 순으로 전세대출 불가 매물 비중이 높았다. 노원구와 용산구도 전세대출 불가 매물이 30%대에 달했다.
다세대·빌라와 단독주택이 혼재돼 있는 강남구 논현동 일대 전경 /서울경제DB
◇전세난까지, 이중고=집주인들이 전세자금대출을 거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전세자금대출을 위한 보증서 발급 자격이 되지 않는 경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세대출 보증을 받으려면 해당 건물이 건축물대장에 위반건축물로 기재돼 있지 않아야 한다. 즉 불법 증축이나 쪼개기를 한 건물일 경우 보증이 불가하다.
또 대출을 신청한 세입자의 보증금을 포함해 해당 건물에 살고 있는 전체 세입자의 보증금 총합이 주택 가격의 100% 이하여야 한다. 집주인 중 일부는 전세자금대출에 이유 없는 반감을 갖고 있는 사례도 있다. 전세자금대출은 세입자 명의로 받는 일종의 신용대출이지만 계약 여부 및 실입주 등을 확인하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집주인에게 확인하는 절차가 있다.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경우다. 전세자금대출 연장 시 집주인 동의가 필요했던 부분은 최근 통과된 임대차 3법의 후속조치를 계기로 동의가 필요 없게 됐지만 최초 계약 시에는 사실상 집주인 동의가 필요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목돈이 부족해 저렴한 집을 구해야 하는 사람들일수록 전세자금대출 받기도 어려워 월세에서 전세, 전세에서 자가로 넘어가는 사다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