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서훈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아들이 쓴 손편지에 보낸 답장의 내용과 형식을 두고 국민의힘이 “타이핑된 편지는 친필 사인도 없는 무미건조한 형식과 의례 그 이상도 아니었다”고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앞서 문 대통령의 편지를 받은 피살 공무원의 유가족들은 “특별한 내용은 없이 원론적 내용뿐이었다”며 “(대통령의 편지는)손 글씨도 아닌 컴퓨터 글자”라고 반발했다.
13일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문 대통령의 편지를 놓고 “북측에 의해 총살되고 소훼된 해수부 공무원의 아들이 절절하게 쓴 손편지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장은 지난 6일 대변인이 밝힌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말에서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 형국”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유가족은 절망으로 남은 힘도 없을 듯 하다”며 “우리 국민이 피살된 지 20여일이다. 그럼에도 아무런 진척은 없고 마냥 해경 조사 결과를 기다려 보자는 게 유가족에겐 얼마나 큰 고통이자 아픔이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북한에는 성심과 성의를 다해 종전선언을 속삭이면서도, 정작 애가 타들어가는 우리 국민에게는 희망 고문만 되풀이하는 대통령에 유가족과 국민들은 자괴감만 커진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이날 페이스북에 ‘편지만 있고 진정성은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피격 공무원 아들의 손편지와 대통령의 타이핑 편지. 진정성과 애절함이 뚜렷이 대조된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펜으로 직접 꾹꾹 눌러쓴 아들의 애절한 손편지와 타이핑으로 쳐서 프린터로 출력한 대통령의 의례적 인쇄물 편지. 대통령 친필 서명조차 없는 활자편지. 대통령의 진정성이 의심스러울 뿐”이라며 “내용도 이미 대변인을 통해 전달된 대통령의 워딩 그대로”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죽어갈 때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아들의 절규와 아버지는 월북자가 아니라는 호소에는 대통령은 일언반구 답이 없다”며 “이미 대변인이 전달한 내용을 그대로 반복해서 타이핑치고 출력한 편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내용과 형식 모두 아버지 잃은 아들의 슬픔을 위로하기보다는 편지 보냈다는 형식적 면피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 씨(왼쪽)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A씨의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자필 편지 원본을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에게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래진씨에 따르면 유가족이 우체국 등기를 통해 대통령의 편지를 받은 시각은 이날 오후 12시30분께다. 해당 편지는 A4용지 한 장 남짓한 분량으로 컴퓨터 타이핑으로 작성된 문서였다. 이에 이씨는 “고등학생 아들이 절규하는 마음으로 쓴 편지 답장이라 생각하기 어렵다”며 “실망감과 허탈한 마음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편지에서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안타까움이 너무나 절절히 배어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렸다”며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적었다.
그러면서 “지금 해경과 군이 여러 상황을 조사하며 총력으로 아버지를 찾고 있다”며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는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아드님과 어린 동생이 고통을 겪지 않고 세상을 살 수 있도록 항상 함께하겠다”며 “강한 마음으로 어머니와 동생을 잘 챙겨주고 어려움을 견뎌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5일 A씨의 아들 B군은 문 대통령을 향해 “아버지의 명예를 돌려달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친필 편지를 썼다. 자필 편지는 “존경하는 대통령님께 올립니다”로 시작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명예를 되찾아 달라는 간절한 호소가 담겼다. B군은 아버지 A씨가 피격당하기 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통화를 했고 동생에게는 며칠 후에 집에 오겠다며 화상통화까지 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런 아빠가 갑자기 실종이 되면서 매스컴과 기사에서는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까지 연일 화젯거리로 나오고 있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동생과 저와 엄마는 매일을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한 가정의 가장을 하루아침에 이렇게 몰락시킬 수 있는 자격이 누구에게 있는지요”라고 물었다.
이어 B군은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는 저희 아빠가, 180cm의 키에 68kg밖에 되지 않는 마른 체격의 아빠가 39km의 거리를 그것도 조류를 거슬러 갔다는 것이 진정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다”고 해경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아울러 “하지만 이 또한 나라에서 하는 말일뿐 저희 가족들은 그 어떤 증거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발표를 믿을 수가 없다”며 “저는 북측 해역에서 발견되었다는 사람이 저희 아빠라는 사실도 인정할 수 없는데 나라에서는 설득력 없는 이유만을 증거라고 말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B군은 “대통령께 묻고 싶다”며 “지금 저희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의 주인공이 대통령님의 자녀 혹은 손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하실 수 있겠습니까”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