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분기 기업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기업들의 신용등급 조정이 다시 재개된 분위기입니다. 상반기 신용평가사들의 정기평정 때 등급전망만을 조정하며 본격적인 평가를 유예했던 기업들이 주 대상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정도 가늠이 됐기 때문이지요.
최근 한신평과 나신평은 카지노 운영사 파라다이스(034230)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리면서 코로나19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는 기업들의 등급 조정을 시작했습니다. 하반기 기업어음(CP) 정기평정과 3·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그간 유예됐던 등급조정이 서서히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신평사들로부터 ‘신용등급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의미인 ‘부정적’ 전망을 받고 있는 기업은 이날 기준 약 55곳에 이릅니다. AA등급인 에쓰오일, 롯데쇼핑(023530), 호텔롯데, SK인천석유화학 등을 비롯해 롯데컬처웍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대한항공, 폴라리스쉬핑 등 대부분 코로나19 직격탄을 크게 맞은 기업들이지요.
특히 매각이 불발된 아시아나항공(020560)의 경우 지난달 ‘불확실검토’에서 ‘하향검토 등급감시대상(왓치리스트)’에 오르면서 등급 강등이 가시화됐습니다. 현재 기안기금 등 정부 지원으로 향후 재무적 펀더멘털 저하를 얼마나 방어할 수 있을 것인지 등 여부를 검토하는 중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은 ‘BBB-’로 한 단계만 더 떨어져도 투기등급이 됩니다. 신용등급에 조기상환트리거가 걸려 있는 4,700억원 규모 우발채무도 상환해야 하지요. 여러모로 기업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회사채 시장에서 기관들의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신용등급은 A+에서 A0 수준입니다. 이마저도 기업들의 업황에 따라, 개별 펀더멘털에 따라 수요가 양극화되는 모습입니다. A0등급 이하의 경우 대개 발행금리를 크게 높여서 증권사 리테일 수요를 겨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와 산업은행도 적극적으로 매입 지원에 나서고 있지요. 미매각 위험을 줄여 기업들의 시장성 자금 조달을 돕겠다는 취지입니다.
신용등급이 조정되기 전에 연내 자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습니다. 롯데렌탈(AA-), S&I코퍼레이션(A+), 파라다이스(A0), SK실트론(A0) 등이 이번주 수요예측을 진행합니다. 아직까지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과 대기수요가 있는 만큼 대부분 수요 확보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책 지원과 가격(금리) 메리트가 부각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지난주 A-등급인 현대중공업지주도 목표금액의 3배 이상 사자 주문을 받는 등 흥행했지요.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