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된 법 위의 세입자…분쟁 폭증에 집주인 “우리 편 없어요”

임대차 분쟁상담 60% 늘었지만
조정신청은 전년대비 13% 줄어


# A씨는 집을 팔려다 현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서 포기했다. 그는 대안으로 전셋집에 부모님을 모시기로 하고 세입자에게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법적으로 갱신거절이 가능한 경우지만 세입자는 “집주인이 유별나고 못됐다”며 나가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은 더욱 극심해지고 있지만 해결은 더욱 요원해지는 모습이다. 정부의 ‘세입자 편들기’가 노골적으로 나타나면서 사실상 유일한 분쟁해결기구인 ‘분쟁조정위원회’를 믿지 못하겠다는 집주인들의 분위기 또한 확산하고 있다.


1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임대차 3법 시행 후 공단에 접수된 임대차 관련 분쟁 상담은 대폭 늘었지만 분쟁조정위에 접수된 사건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법 시행일인 지난 7월31일부터 9월30일까지 분쟁조정위에 접수된 사건은 모두 28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26건에 비해 13.4%(44건) 줄어들었다. 반면 임대차 분쟁 관련 상담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올해 같은 기간 법률구조공단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총 1만7,839건으로 전년 동기인 1만1,103건에 비해 60.6%(6,736건)나 늘어났다.

분쟁은 늘었지만 분쟁조정위 조정 신청이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것은 임대차 시장 참여자들이 분쟁조정위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의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분쟁조정위 개소 후 올해 8월까지 신청된 6,745건 중 조정이 성립된 경우는 전체의 23.2%인 1,562건에 불과하다. 분쟁조정위의 경우 피신청인이 거부하면 조정 접수 자체가 불가능한데다 어렵게 조정 절차가 이뤄져 조정안이 나왔더라도 한쪽이 조정안을 거부하면 ‘조정 불성립’으로 끝난다. 이 경우 민사 재판으로 가는 방법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분쟁조정위를 대폭 확대하면서 ‘분쟁해결기구’로서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권한이 없는 분쟁조정위에 대해 국민들이 아무런 기대치를 보이지 않는 탓”이라며 “시간만 오래 걸리고 정작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탓에 갈등을 깊어지게 하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조인 중심으로 구성된 분쟁조정위원들의 구성도 부동산 전문가를 비롯한 다양한 전문가들의 비중을 높여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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