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4일 취임 메시지에서 “고객 행복의 첫걸음은 완벽한 품질을 통해 고객 본연의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인 ‘품질 제일주의’를 계승해나가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정몽구 체제하에 있던 20년간 ‘품질은 떨어지고 가격은 싼 차’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수위를 다투는 고품질 완성차 제조사로 거듭났다.
일부 차량의 품질 문제는 개선돼야 할 사항이다. 자동차리콜센터에 따르면 지난 1~8월 현대차의 리콜 대수는 84만6,600여건이다. 8개월 만에 전년도 전체 리콜 건수 69만7,000여대를 넘어섰다. 코나 전기차 화재 사고 등은 현대차의 품질 개선 노력을 반감시키는 악재들이다.
미래차 변혁을 선도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현대차는 수소차 분야에서는 글로벌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향후 승용차 시장의 핵심이 될 전기차 분야에서는 테슬라 등에 뒤떨어지며 4위에 머물고 있다. 향후 독일과 미국의 완성차 공룡 등이 수소차와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현재의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자율주행을 위한 인공지능(AI), 스마트시티 사업 등에서의 기술개발에서도 갈 길이 멀다는 분석도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여전히 테슬라 등 미국 기업들에 뒤져 있으며 스마트시티 분야에서는 최근 세종 스마트시티 사업자 선정에서 LG CNS 컨소시엄에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정 회장은 영상 취임사에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수소 연료전지 기술 활용처 확대, 로보틱스와 도심형 비행체, 스마트시티 사업을 강조했다.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최근 미래 모빌리티 실험장이 될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 기공식을 여는 등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지만 구체적인 성과물은 아직 부족하다”고 했다.
노사문화 개선도 풀어야 할 숙제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정 회장 선임에 대해 “국민에 대한 신뢰경영 실천과 발전적인 노사관계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며 신임 회장, 대표이사, 노조 지부장의 3자 회동을 제안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