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보험설계사의 권유로 10여년간 유지했던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보험에 가입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본인이 맺은 계약이 부당 승환계약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각종 증거를 모아 부당 승환계약임을 인정받은 A씨는 보험사에 기존 계약의 부활을 요청했다. 그런데 보험사는 A씨에게 보험계약의 부활은 신규 청약 때와 마찬가지로 가입자의 고지의무가 발생하며 이를 토대로 재심사할 수 있다고 알려왔다. 현재의 보험업법 및 약관에 따르면 A씨는 부활 시점 이전에 발생한 질병 등을 고지해야 하며 보험사는 재심사를 통해 보장 범위에 제한을 둘 수 있다. 또 고지의무를 위반할 경우 보험사는 A씨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설계사의 부당 권유로 보험 상품을 갈아탔던 A씨로서는 본인의 귀책사유가 없는데도 또 한 차례 불이익을 당하게 된 셈이다.
14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보험계약의 부활 요건이 부당 승환계약 피해자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당 승환계약이란 기존 보험계약을 소멸시키고 기존 계약과 보장 내용 등이 유사한 동일 보험사 상품으로 갈아타게 한 경우로 보험업법에 따르면 부당 승환계약으로 보험계약이 소멸된 경우 보험계약자는 6개월 이내에 소멸된 보험계약의 부활을 청구하고 새로운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상법에서도 보험계약자가 일정 기간 내에 연체보험료에 약정이자를 붙여 보험사에 지급하면 계약의 부활을 청구할 수 있도록 부활권을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보험약관 등에서 보험계약의 부활 시 신계약과 동일하게 가입자의 고지의무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보험계약자는 보험계약의 부활을 청구하고 보험사의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기존 계약해지 이후 부활 청약 승인 때까지 보장 공백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과거에 앓았던 질병에 대한 보장이 거절되거나 축소될 수도 있다. 또 부활 청약 전 발생한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고지한 경우 보험회사는 위반 사항을 안 날로부터 1개월 내, 계약 체결일로부터 3년 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물론 대다수 보험사들은 부당 승환계약의 경우 고객이 아닌 설계사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만큼 통상 별도의 심사 없이 종전 계약의 효력을 회복시키는 것이 관행이라는 입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계약의 부활 역시 재심사가 원칙이지만 민원 및 분쟁 소지가 있는 만큼 계약 전 알릴 의무를 과도하게 부여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법령과 약관상 부활의 정의와 실제 부활 청약 과정의 요건이 불일치해 향후 분쟁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역시 이 점을 우려해 현재 법령 및 보험약관상 보험계약 부활 요건의 문제점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당 승환계약 피해자 구제를 위해 만들어진 부활권이 오용되지 않도록 법 개정을 포함한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