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042670) 매각의 열쇠를 쥐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 해법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두산그룹이 우발부채를 분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예비입찰에선 흥행에 성공했지만 본입찰 이전에 실질적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매각은 무산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인프라코어가 DICC 외부 투자자와 합의하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인프라코어와 DICC의 재무적 투자자(FI)인 IMM·미래에셋자산운용·하나금융투자프라이빗에쿼티(PE)와 다투고 있는 법정 공방은 ‘주식 매매대금 지급’ 소송이다. 이 소송에서 원고인 FI가 승소할 경우 인프라코어는 정해진 가격에 지연이자 등을 더해 DICC의 지분 20%를 되사와야 한다. 1심과 2심의 판결이 엇갈리면서 현재 상고심인 3심으로 넘어갔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등을 이유로 아직 첫발도 떼지 못했다.
문제는 이 다툼이 일반적인 손해배상 소송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 소송의 쟁점은 2014년 FI가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했을 당시 인프라코어 측이 실사자료를 제공하지 못한 행위에 대한 과실이 있느냐다. 법원이 인프라코어 측에 과실이 없다고 판단을 하더라도 FI가 보유하고 있는 동반매도청구권의 권리는 그대로다. 쉽게 말해 당초 인프라코어가 2011년 투자유치 당시 FI에 약속했던 기업공개(IPO) 무산에 따른 책임은 달라질 게 없다는 얘기다. 손해배상 소송이 아닌 만큼 이 우발부채를 모회사인 두산중공업(034020)이 ‘분담’하기도 쉽지 않다.
DICC 소송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우선협상 대상자를 가릴 본입찰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인프라코어를 인수하는 측은 법률상 이 우발채무를 그대로 승계해야 한다.
현재까지는 경우의 수가 두 가지다. 우선 소송에서 질 경우 DICC 지분 20%를 주식 매매대금 7,051억원에 지연이자를 더해 되사와야 한다. 인프라코어를 인수한 뒤에도 추가 비용이 드는 셈이다. 소송에서 이긴 경우에는 더 골치다. FI가 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하면 기껏 사온 인프라코어를 되팔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우선매수청구권이라는 안전장치가 있긴 하지만 입찰경쟁을 통해 우선협상권을 따낸 제 3자가 제시한 가격이 기준이라 되레 더 큰돈이 들 가능성도 있다.
두산 측이 DICC 외부 투자자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 소송 결과가 빨라야 내년에 나오는 만큼 그 이전에 불확실성을 없애지 않으면 본입찰에 입찰제안서를 낼 수 있는 인수 후보가 없다는 게 인수합병(M&A) 업계의 중론이다. 쉽게 말해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인프라코어가 당초 약속대로 FI가 보유한 DICC의 지분 20%를 사와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관건은 두산 측이 이를 되사올 만한 돈이 있느냐다. 2011년의 투자원금이 3,8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최소한 8,000억원에 달하는 돈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난 반기말 별도재무제표 기준 인프라코어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802억원. 쌓여있는 두산밥캣(241560)의 이익잉여금(한화 약 1조4,000억원)을 중간배당하는 방법으로 돈을 만들 수 있긴 하지만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48.95%에 달해 충분한 현금을 확보하기 어렵다. KDB산업은행으로 추가 대출을 받거나 새 FI를 유치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한 적격 예비인수후보 측의 관계자도 “DICC 소송은 두산 측이 FI와 합의를 해서 적정 가격에 지분을 되사오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며 “그렇지 않고선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까지는 할 수 있어도 최종 계약까지 이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두산 측은 해결책 마련을 위해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예비입찰을 거쳐 현대중공업지주(267250)-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비롯해 MBK파트너스와 글랜우드PE 등 5곳이 적격 예비인수후보로 선정돼 있다. 본입찰은 11월께 진행될 예정이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