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마치고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임대차보호법’ 개정의 부작용으로 최근 ‘제기뽑기’를 통해 전셋집을 찾을 정도로 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을 겨냥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전세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조치들을 강구하고 있지만, 본인 스스로 전세대란의 피해자가 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전세 구하는 사람들은 줄을 서서 제비 뽑는다는 웃지 못 할 현상도 초래됐는데, 이 정부가 실행하는 주택 정책이란 게 실질적으로 누굴 위한 것인지 각성을 촉구한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자 논란을 비켜가기 위해 경기도 의왕의 아파트를 매각하려 했지만 처분을 못하고 있는데, 현재 거주 중인 서울 마포 전셋집도 내년 1월까지 비워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의왕 아파트에 거주 중인 세입자가 전세 시세가 오르면서 이사할 만한 전셋집을 찾지 못한 탓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최근의 ‘전세대란’을 두고 여권을 향해 “사과하고 반성하고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 당 윤희숙 의원이 절절하고도 감동적으로 임대차법의 부작용을 이야기했다. 그 때 귀 기울이지 않고 이렇게 졸속, 무리하게 밀어붙인 임대차법의 복수가 경제수장을 겨냥 중”이라며 “지금이라도 ‘임차인 권리는 강화됐다’고 할 게 아니라 사과하고 반성하고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도끼로 제 발등 찍는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라며 “홍 부총리는 왜 우리가 이 법이 졸속이고 잘못됐다고 하는지 이제 느끼고 있는가. 일반 국민은 분노에 차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지금이라도 시장 못 이긴다는 것을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김현아 비대위원 역시 “서울 전세 아파트 구하기가 또 다른 로또”라며 “임대차법으로 재계약이 늘면서 물량이 줄고 학군이나 교통 등 인기물량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어제 신혼부부 청약 기준을 대폭 완화했지만 청약이 로또라는 사실은 변화가 없고, 어렵게 청약 기회가 주어져도 대출이 걱정”이라며 “추가대책이 또 나온다는데 이번 대책은 시장과 서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악수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당 김기현 의원은 이날 오전 전파를 탄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집값이 올라도 그냥 천정부지로 올라서 이제 ‘영끌’, 영혼을 다 끌어 모아도 집을 못 사는 상태가 됐다”며 “이 심각한 상태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한 마디 대국민사과도 안 하신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정책의 잘못 때문에 이렇게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고, 전세는 완전히 고갈되어서 전셋집 구하려고 제비뽑기까지 해야 하는 기가 막힌 상황에 놓여 있다”며 “대통령께서도 사과 한 마디 안 하시고, 경제부총리도 사과 안 하시고,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사과 안 하시고, 오히려 홍남기 부총리 같은 경우에 어제 바로 ‘주거안정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현미 장관은 ‘그동안 정책이 잘 작동되고 있다’(고 한다)”고 한탄했다.
이어 “(그런 발언들로)국민들의 염장을 지르고 있으니 당장 사과부터 하시고, 대통령께서는 즉각 홍남기 부총리와 김현미 장관 경질해야 한다”며 “정책의 실패 때문에 국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데, 거기에 대한 책임을 안지면 도대체 어떻게 책임정치를 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여당의 법안 통과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문제는 지난번 부동산 계약법을 여당이 군사 작전하듯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데에 문제가 있었다”며 “이렇게 하면 분명히 엄청난 부작용이 생긴다고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일주일만이라도 논의하자고 했는데, 그 논의를 무시하고, 급하다고 하면서 일방적으로 법을 처리하니 이렇게 엉망이 된 것”이라고 했다.
정부·여당의 통제경제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김 의원은 “정부·여당이 하는 것은 가격 통제 방식과 같은 통제경제정책”이라며 “집값을 강제로 누르겠다, 혹은 전세계약에서 강제로 어떤 조치를 하겠다는 방식인데 그렇게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수요와 공급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시장경제정책을 써야 한다. 그게 세계 선진국이 취하고 있는 방식”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서민이나 무주택자, 청년, 신혼부부, 사회생활 초년생, 이런 분들은 (집을 살)형편이 안 된다”며 “대출을 받지 않고는 집을 사거나 전세를 마련할 형편이 안 되니까 이분들에 대해서는 과감한 대출을 허용해야 한다. 지금처럼 대출을 꽉 묶으니까 이분들은 갈 데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