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15일 오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9)’ 개막식에서 공중급유기 KC-330 시그너스와 F-15K가 시범비행을 펼치고 있다./연합뉴스
공군의 원거리 작전에 투입돼야 할 공중급유기(KC-330)가 국방부 장관의 ‘출장용 셔틀’로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리 군이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 지난 2018년 공중급유기를 도입한 가운데 전문인력난으로 막상 전시 상황에서는 활용하기도 어렵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국방장관의 공중급유기 셔틀 사용에 대한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15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투용 자산을 장관이 해외 출장을 가는 데 자가용처럼 사용했다”면서 “작전용으로도 빠듯한 장비를 출장 갈 때 이용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중 주유소’ 역할을 하는 특수 목적의 공중급유기가 단순한 수송용으로 활용되면서 ‘전력 공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발언 과정에서 ‘국내 출장도 탱크 타고 가면 되겠네’라고 언급해 좌중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앞서 13일 서욱 국방장관은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과의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출장길에 오르며 공군의 공중급유기를 이용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대중들과 접촉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면서 “우리 군이 보유한 항공기 가운데 공군의 공중급유기가 미국까지 바로 갈 수 있어 이를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을 비롯해 우리 정부 고위 인사들이 모두 민항기를 타고 해외 출장을 가는 것에 비춰보면 국방부의 해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 장관을 위한 군의 과도한 특혜 제공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 군의 공중급유기는 운용에 필수적인 급유 통제사가 부족해 2년 넘게 정상작전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서 장관의 처신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군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공군은 2018년 도입한 공중급유기 4대 중 2대만 운용 가능한 상황이다. 공중급유기는 한 대당 최소 2명의 통제사가 필요하지만 공군은 에어버스사 양성과정을 거쳐 급유 통제사 5명을 확보한 이래 단 한 명의 통제사도 배출하지 못했다. 김 의원은 “공중급유기는 항속거리가 짧은 우리나라 주력기인 F-16의 전투력을 보강해줄 수 있는 핵심 장비”라며 “당장 전시상황이 발생할 경우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허세민·김정욱기자 sem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