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상대로 일본 기업들이 잇따라 특허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한국 기업의 기술 자립화에 속도가 붙자 일본 기업들이 특허소송을 통해 노골적인 견제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중 무역분쟁 등과 맞물려 글로벌 서플라이체인에 극심한 변화가 나타나는 가운데 한일 소부장 기업 간 특허분쟁이 양국 견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일본의 무라타기계가 삼성전자(005930)의 핵심 계열사인 반도체 장비업체 세메스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특허권 침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라타가 세메스에 소송을 건 특허는 반도체 물류 이송장비(OHT) 대한 내용이다. 이 장비는 공장 천장에 설치된 라인을 따라 웨이퍼가 담긴 통을 오염 없이 공정장비로 옮기는 이송 시스템으로, 일본 기업들이 장악한 시장이다. 이 장비는 현재 국산화 속도가 빨라 SK하이닉스도 일본 장비에서 국산으로 대체하고 있다.세메스는 현재 특허무효심판을 제기하며 소송에 대응하고 있다.
앞서 국내 기업인 이차전지 소재 분야 더블유스코프도 일본의 아사히카세이에 특허침해 소송을 당하는 등 올 들어 한국 업체를 대상으로 한 일본 기업의 특허분쟁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전 세계 법원에서 접수된 한일 기업 간 특허 이의 신청 건수는 26건(8월 기준)에 이른다. 이는 2018년 17건, 지난해 16건보다 증가한 수치다. 4년 전인 2016년에는 9건에 불과했다. 3년8개월 만에 3배가량 특허 이의 신청이 늘어난 것이다. 일본 내 특허청·법원을 통해 일본 기업이 소부장 분야 한국 기업에 특허 이의 신청을 한 건수도 올 8월까지 11건을 기록해 지난해 연간 8건을 넘어섰다. 특허업계 관계자는 “특허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면 우선 제품 판매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소송을 당한 국내 기업들이 중견·중소기업 위주여서 소송에 대응하느라 사업 진행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