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부지부 원장이 루닛인사이트를 활용해 엑스레이를 판독하고 있다./사진제공=루닛
AI를 활용한 의료기기 개발이 활발해 AI가 의사 대신 환자의 병명을 진단하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1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총 44건의 AI 의료기기가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지난 2018년 4건, 지난해 10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AI 의료기기는 환자의 의료 빅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을 인식하고 질병을 진단, 치료, 예측한다. 의사의 진단을 보조해 적합한 치료 방법 등을 추천하기도 한다. 진단 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사람이 놓칠 수 있는 작은 병변 등도 찾아낼 수 있다.
AI 의료기기는 우수한 정보통신기술(ICT) 역량과 국민건강보험제도로 통해 축적된 의료 빅데이터가 많은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시장성도 밝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AI 헬스케어 시장은 지난 2016년 14억 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50% 상승세를 이어가 오는 2023년까지 228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의료기기 벤처기업들은 AI를 다양한 분야에 접목시켜 의료 효율성을 높이는 각종 의료기기를 잇달아 개발하고 있다. 뷰노는 AI로 엑스레이 영상을 분석해 뼈의 나이를 판독하는 의료기기인 ‘뷰노메드 본에이지’로 지난 2018년 국내 최초로 AI 관련 의료기기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획득했다. 뷰노는 현재 뼈 나이, 뇌, 흉부, 안저영상 등을 분석하는 의료기기도 출시했다. 다국적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해외 합작법인을 만드는 등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연내 코스닥 상장도 추진 중이다. 루닛은 지난 2016년 의료영상처리학회가 개최한 이미지를 통해 종양 확산 정도를 분석하는 경연대회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딥러닝으로 흉부 엑스레이를 분석해 유방암 등을 검출해주는 의료기기 ‘루닛인사이트’가 대표 제품이다. JLK는 AI를 활용해 전립선암을 진단하는 의료기기를 개발 중이다. 올 하반기 FDA 승인을 목표로 미국 미주리대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전립선을 8~12구역으로 나누고 조직을 떼어내야 했는데, 이 방식은 매우 아플 뿐 아니라 감염 위험도 높았다. JLK는 FDA 승인 이후 2조원이 넘는 전립선암 진단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MRI 기반 전립선 암 진단 솔루션 UI /사진제공=제이엘케이
규제 당국도 전향적이다. 식약처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의료기기 허가 심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다양한 AI 의료기기를 허가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나 유럽의약품청(EMA) 등에서는 AI 의료기기를 구분하는 기준을 따로 정하지 않고 있다. 식약처는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전 세계 의료기기 규제를 선도하는 10개국으로 구성된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MDRF)에 ‘인공지능 의료기기 규제조화 실무그룹’ 설치를 제안, 의장국으로 선출됐다. AI 의료기기 지원 법안도 제정됐다. 지난 5월부터 시행된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은 경미한 변경을 자율관리하도록 하는 등 AI 의료기기에 다양한 특례를 담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선정된 혁신의료기기 6개 품목 중 4개가 AI 활용 의료기기다.
뷰노메드 솔루션 이미지/사진제공=뷰노
수익구조 창출은 업계의 고민이다. 이용권 등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지만 충분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관련 업계는 AI 의료기기에 대한 수가 도입을 건의하고 있다. 보험 급여 체계에 AI 판독에 대한 가산 수가를 도입하자는 주장이다. 김현준 뷰노 대표는 “국내 의료시장 특성상 보험 급여 체계에 포함되지 못한 기술은 죽은 기술”이라며 “수가가 도입된다면 AI 활용 의료기기의 확산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