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듬 시인 "詩는 답 아닌 질문… 독자에 되묻는 작품 쓸것"

'히스테리아', 전미번역상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 동시 수상
"해외서도 작품 인정 기뻐
악평 미워하기 보다 이해 하고파
특정인 좋아할 시 쓰지 않을 것"

김이듬 시인

“시는 대답이 아닌 질문하는 장르입니다. 당연함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예술의 기능을 갖고 있지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라는 점을 해외에서도 평가해준 것이라 기쁩니다.”

미국에서 전미번역상과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동시에 수상한 시집 ‘히스테리아’의 김이듬(51·사진) 시인은 1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두 개의 상을 한꺼번에 받아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는데 해외에서도 한국 시를 좋아해준 것에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국 문학번역가협회(ALTA)는 15일(현지시간) 온라인을 통해 김 시인의 ‘히스테리아’를 공동번역한 제이크 레빈, 서소은, 최혜지 등에게 전미번역상과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수여했다. 한 작품이 두 상을 거머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전미번역상을 한국 작가의 번역 작품이 받은 것도 최초다.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은 김혜순 시인의 작품이 지난 2012년·2019년 수상한 후 세 번째다. 1998년 제정된 전미번역상은 미국에서 출간된 시와 산문을 대상으로 하고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은 아시아의 시 작품으로 수상 대상을 한정한다. 미국 시인이자 불교문학 번역가인 루시엔 스트릭의 이름을 따 2010년 제정했다.


히스테리아는 2014년 처음 소개됐고 2019년 미국 액션북스출판사를 통해 영어본이 처음 출간됐다. ALTA 심사위원단은 “의도적으로 과도하고 비이성적인 시들로 서정주의, 사회적 규범에 저항하는 작품”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히스테리아’에 실린 ‘시골 창녀’와 같은 작품은 발표 당시부터 수많은 논란에 휩싸였다. 음란·퇴폐적 문장이라는 혹평과 과거 보편적 감성의 시와는 다른 충격을 주는 작품이라는 평단의 평가가 엇갈렸다. 김 시인은 “시를 읽으며 불편함을 느끼는 게 당연하겠지만 ‘조선 시대부터 존재했던 그 많던 기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하는 문제의식에서부터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정된 관념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게 시의 역할”이라며 “악평과 비난에 마음이 아프고 의기소침하기도 했지만 험담하는 사람들을 미워하기보다 그 의견들을 이해하고 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로 등단 20돌을 맞은 시인은 연내 일기처럼 자신의 얘기를 담은 에세이를 출간할 계획이다. 그는 “목적 지향적이고 특정인이 좋아할 만한 작품은 쓰지 않을 것”이라며 “단 몇 사람만이라도 시인의 생각과 마음을 이해해주고 좋아해주는 그런 시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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