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큰돈이 어디서…아파트 관리소장의 수상한 '8,800만원' [범죄의 재구성]

생활비·자녀병원비에 사적으로 사용
1심 법원은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
"사안 가볍지 않지만 인정하고 반성"

아파트 관리비 8,800만원 빼돌린 관리소장

/이미지투데이

※본 기사는 1심 재판 과정을 통해 재구성된 내용으로,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정된 사실이 아님을 밝힙니다.

2008년부터 서울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한 50대 A씨. 그는 아파트 주민자치회의 경리업무를 비롯해 아파트 관리 전반을 담당했다.

2014년 3월 A씨는 아파트 주민자치회로부터 290만원을 받았다. 건물 일부를 빌린 한 회사 대표가 낸 월 임대료였다. A씨는 이 290만원을 보관하다가 아파트 관리를 위해서가 아닌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했다. 돈은 자신의 생활비와 자녀 병원비 등에 쓰였다. 이때부터 A씨가 2018년 1월 말께까지 25차례에 걸쳐 사적으로 소비한 월 임대료는 7,250만원에 달했다.


A씨는 아파트 특별수선충당금 명목으로도 관리비를 빼돌렸다. 특별수선충당금이란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서 시설 보수나 조경 등에 필요한 돈을 충당하기 위해 월 1회 입주자에게 걷는 돈이다. A씨는 2017년 7월 관리비 통장에서 특별수선충당금 명목으로 50만원을 뽑아 생활비와 자녀 병원비 등으로 썼다. 특별수선충당금 명목으로 그가 10차례 사적으로 인출해 쓴 돈은 500만원이었다.

/이미지투데이

그는 아파트 근로자가 퇴직할 때를 대비해 수금해온 퇴직급여충당금 지급을 핑계로 돈을 뽑아 쓰기도 했다. 2017년 7월 말 A씨는 퇴직급여충당금 명목으로 약 48만원을 인출해 사적으로 소비했다. 이를 시작으로 그는 열 달 동안 11회에 걸쳐 퇴직급여충당금 명목으로 52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사적으로 사용했다. 그는 같은 해 아파트 엘리베이터 교체비 명목으로 460만원가량을 뽑아 사적으로 쓰기도 했다.

A씨의 범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2018년에도 약 열 달간 아파트 소방안전 관리비 80만원을 몰래 사용했다. 소방안전 관리비는 원래 건설업체에 지급돼야 하는데, A씨는 이를 업체에 지급하지 않고 임의로 썼다. 그는 아파트에 새로 전입해온 주민으로부터 받은 엘리베이터 사용료 5만원도 개인적 목적으로 소비했다.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집유…"횡령액 모두 변제"

/연합뉴스

이후 수사기관은 거래내역 조회서, 입금표, 용역비 미납 현황 등을 통해 A씨가 관리비를 빼돌렸다고 보고 A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A씨가 여러 방면으로 횡령한 돈은 8,8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안진섭 판사는 최근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안 판사는 “범행 기간과 횡령 금액 등에 비춰 사안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A씨가 잘못을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는 점, 아파트 주민자치회에 횡령 금액을 모두 변제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사정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