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김태년 원내대표와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 한정애 정책위의장과 유동수 정책위수석부의장이 각각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원 국정감사 평가에 ‘카드뉴스’ 항목을 반영한다는 소식에 의원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이 국감 자료와 사진들로 도배되고 있다. 향후 국감평가에 정량 평가가 반영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SNS 게재 글이 늘어나고 있지만, 국민과 소통하는 통로인 SNS가 단편적인 게시글로 채워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혜영 민주당 의원은 16일 SNS에 4개의 국정감사 관련 자료를 하나씩 올렸다. 전날인 15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 4개 기관에 질의하는 데 사용한 4개의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따로따로 게재한 것이다. 최 의원은 국점 감사 첫 날엔 7개의 게시글을 올리고 13일 4개, 14개의 6개를 SNS에 첨부하며 국감 관련 자료를 20개 가량 올렸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국정감사 자료. 파워포인트(PPT)자료를 하나하나 떼내 게재했다./최혜영 의원 페이스북
김회재 민주당 의원은 피감기관장들과 찍은 기념사진마저 SNS에 올렸다. 김 의원은 지난 15일 SNS에 “국정감사 중”이라면서 한국철도공사 손병석 사장, 수서고속철 권태명 사장과 찍은 사진을 첨부했다. 이 외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국감 도중에 김태년 원내대표로부터 간식을 받은 사진, 국회 국감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 등을 마구잡이로 올리고 있다. 국감 내용을 담은 카드뉴스 역시 올라오는 빈도가 급격히 증가했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국토교통위원회 피감기관인 한국철도공사 손병석 사장, 수서고속철 권태명 사장과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김회재 의원 페이스북 캡쳐
이처럼 의원들 SNS이 사진과 자료가 도배되는 것은 최근 ‘국정감사’ 평가 기준이 국감을 앞두고 바뀌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7일 국정감사 평가항목을 기존 언론보도량 중심에서 질의서 △보도자료 △정책자료집 △온라인 정책활동 △카드뉴스 등으로 개편했다. 그간 당에서는 개별 의원들의 국감 성적을 언론 보도량과 지면, 방송보도 여부 등에 따라 나눠왔다. 그러나 원내 지도부는 이같은 방식을 따를 경우 언론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평가가 좌우되기 쉽다는 이유를 들어 변경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카드뉴스’ 평가가 정량평가인지 정상평가인지 알 수 없어 개별 보좌진들이 자료를 양적으로 대폭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한 보좌관은 “정량평가를 하는지, 정상평가를 하는지 알 수 없어 ‘일단 해보자’식으로 자료를 만드는 의원실이 많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지난 7일 변경한 국정감사 평가항목. 온라인 정책활동과 카드뉴스 등 평가 항목이 다변화됐다./민주당 국회의원실 제공
국회 익명 공간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 에는 지난 8일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온라인 활동도, 질의서, 자료집, 보도자료도 양적 평가 절대 아니다. 그러면 대체 기준이 뭡니까”라는 불만을 토로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제보자는 “국감하는 보좌진들 혼란 가중시키지 마시고 어떻게 질적으로 평가할 것인지 기준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익명의 보좌관은 “자료받고 질의서 쓰기도 바쁜 국감 기간에에 트위터질, 카드뉴스질 해야 하고 국감 끝나고 법안심사, 예산심사 돌아갈 시즌에는 국회가 해야 할 제일 중요한 두가지 일은 제쳐두고 당이 제출하라는 자료나 만들게 생겼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당이 내부적으로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닌 내용”이라고 해명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같은 소동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의사표현에만 SNS를 꿋꿋이 사용하는 의원들도 있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의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조 의원은 조국 사태, 추미애 법무장관 사태 등 당이 정치적으로 변곡점을 맞는 중요한 시기마다 SNS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해왔다. 그러나 조 의원은 지난달 14일 언론인터뷰를 SNS에 올린 이후 아무런 글을 쓰지 않았다. 조 의원 보좌관은 “평가에 별로 관심이 없다”며 “초선 의원들에게 그런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