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23년 난파된 무역선 신안선에 실려 700여년 바닷속에 잠겨 있다 발굴된 자단목 8톤가량이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 소장돼 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향은 연기가 하늘로 피어오르는 모양과 마음을 안정시키는 냄새가 종교적 감성을 높여줬기에 일찍이 국가 제례나 종교의식에 널리 사용됐다. 그 원료인 향나무는 구하기 어려운데다 수요가 많았기에 일찍부터 중요한 교역물품이었고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돼 중국을 비롯한 아랍과 유럽까지 수출됐다.
이런 향나무 중 하나인 ‘자단목(紫檀木)’은 인도가 원산지이고 스리랑카·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자라는 상록활엽교목이다. 심재(心材)가 붉은색을 띠어 자단목이라고 했는데 향이나 약용으로 쓰였을 뿐 아니라 단단하고 치밀해 불상이나 고급가구를 만드는 데도 사용됐다. 중국 원나라에서는 자단목 수입에 너무 많은 금과 은이 유출되자 이를 금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백제에서 만들어 일본 왕실에 보냈다고 하는 ‘정창원 소장 바둑판’이 자단목으로 만든 것이고 신라시대에 ‘진골의 마차에 금은과 더불어 자단목 사용을 금지’했던 것으로 봐 우리나라에서도 일찍부터 매우 귀하게 여겨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자단목이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 1,000여본(本), 8톤가량 소장돼 있다. 지난 1323년 중국에서 일본으로 가던 중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난파된 무역선인 신안선에 실려 있던 것으로, 껍질만 벗긴 원목 형태다. 지름 7~70㎝, 길이 30~200㎝로 다양하며 배에 싣거나 가공하기 쉽게 재단돼 있다. 나무 표면에는 한자와 각종 기호·로마자까지 표시돼 있는데 화물주와 상품의 종류·수량 단위로 여겨진다. 신안선에 실려 있던 화물 대부분이 일본 사찰로 보내지던 것으로 미뤄봤을 때 이 자단목들은 불상이나 불구 등에 사용될 목재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700여년 동안 바닷속에 잠겨 있던 자단목은 아직도 단단하고 두드리면 쇳소리가 난다. 단순한 나무토막처럼 보이지만 귀한 물품이요, 중세 동아시아 교역 항로를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이다.
/정창운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전시홍보과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