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플랫폼 사활건 속도전] '로켓배달'에 놀란 배민 "배달시간 확 줄인다"

쿠팡이츠, 라이더 1명이 1건 배달
평균 30분 걸려…고객 만족도 쑥
배민, 여러건 묶어 배송시간 지연
'배차 즉시 조리요청' 시스템 개선
10~20분 줄여 '후발주자 견제'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배달 라이더가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시 서대문구에서 자취 중인 직장인 A(28)씨는 평소 ‘배달의민족(배민)’ 앱을 활용해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배달 시간이 보통 60분 이상 걸리다 보니 퇴근길에 미리 주문을 넣어야 했다. 하지만 얼마 전 ‘쿠팡이츠’에서 같은 식당의 같은 음식을 주문했더니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A씨는 “배민은 배달 시간이 오래 걸려 불편했는데 쿠팡이츠는 훨씬 빨라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쿠팡이츠가 빠른 배달을 통한 높은 소비자 만족도로 최근 급성장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배달 시간이 느린 배민에 대한 고객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배민도 주문 시스템을 개선해 배달 속도 경쟁에 돌입했다. 배달 앱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배민이 시간 단축에 나서면서 배달 플랫폼 간 속도 전쟁이 뜨겁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국내 배달 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오는 22일부터 일부 지역에서 일반 배차 모드에서 배차요청과 조리요청 단계를 통합해 운영한다. 기존에는 배달 라이더들이 주문 콜을 먼저 배차받은 후 이동 시간에 맞춰 가맹점에 수동으로 ‘조리요청’ 버튼을 누르면 이때부터 조리가 시작되는 방식이었는데 이제는 라이더들이 배달 콜을 수락하는 즉시 가맹점으로 자동 조리 요청이 들어가는 것이다.우아한형제들 측은 최근 이러한 내용을 라이더들에게 공지하며 “배차된 직후 음식 조리가 시작되니 일반 배차 모드에서 배차 요청할 때는 이점을 고려해달라”며 “픽업을 위해 가게로 바로 이동할 수 있을 때 배차 요청을 진행해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배민은 해당 방식을 서부센터·북부센터·일산점·인천점·수원점·성남점 등 수도권 일부 지역부터 우선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배민이 배차요청과 조리요청 단계를 통합해 운영하기로 한 데는 배달 지연에 따른 고객들의 불만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8년 11월 배민은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해 배차요청과 조리요청 단계를 분리했다. 당시만 해도 주문 수 대비 라이더가 부족했고, 배차 이후 음식 픽업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돼 음식이 식은 채로 배달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배달 시간이 더욱 지연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배달 라이더들은 통상 하나의 주문만 받고 바로 배달하는 게 아니라 ‘픽업→픽업→픽업→배달→배달→배달’, 일명 ‘묶어가기’ 방식으로 배달한다. 라이더들이 여러 콜을 먼저 받고 동선에 맞춰 조리요청을 천천히 누르기 때문에 전체 배달 시간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지연되는 배달 시간에 고객들의 주문 취소 요청도 많아졌고 가맹점들의 불만도 늘어났다. 한 가맹점주는 “라이더가 배차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지만 배차돼도 라이더들이 조리요청 버튼을 늦게 눌러 배달이 늦어진다”며 “고객들이 주문 취소를 하거나 안 좋은 리뷰를 남겨서 손해”라고 토로했다. 이번 시스템 통합으로 배차 즉시 조리가 시작되면 라이더들은 콜을 여러 개 받지 못하고 바로 조리가 시작된 가맹점으로 이동해야 한다. 즉 묶어가기 배달이 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지는 것이다.

주문 시스템 개편에 대해 배민은 라이더들이 많아져 묶음 배달의 필요성이 줄었다는 입장이다. 배민은 올해 7월 라이더 1,000여명을 충원하고 배민커넥터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한 관계자는 “배달 단계가 줄어들어 고객들은 더 빠르게 음식을 받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객들은 평소보다 10~20분가량 더 빨리 음식을 배달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민이 배달 속도 줄이기에 나선 데는 서비스 개선과 함께 쿠팡이츠 같은 후발 주자들의 추격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츠는 한 명의 라이더가 한 건의 음식을 배달하는 시스템으로 타 서비스 대비 배달 시간을 약 50% 줄였다. 고객들은 평균 60분 안팎이 소요되는 배민과 달리 쿠팡이츠에서는 평균 20~30분 내외면 음식을 받아볼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쿠팡이츠가 배민을 앞섰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국 단위로는 단연 배민이 압도적이지만 강남 같은 일부 지역에서는 라이더들이 쿠팡이츠에서 더 많은 콜을 받는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월간순이용자(MAU) 수 75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늘어나며 배민·요기요에 이어 3위로 올라섰고 최근 일 평균 이용자 수도 2만명을 돌파했다. 1인당 월평균 앱 사용시간은 0.61시간을 기록하며 요기요(0.5시간)를 제치고 배달의 민족(1.1시간)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쿠팡이츠의 기세에 놀란 배민이 가세한 만큼 플랫폼 간 속도 전쟁이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쿠팡이 e커머스 시장에서 로켓배송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배달시장에서도 속도를 무기로 배민과 요기요 등 선발주자들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달 플랫폼의 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배달 시장이 더욱 빠르게 커지고 있는 만큼 플랫폼 간 시간 단축 경쟁이 이제부터 본격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백주원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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