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1월 중 방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카운터파트인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초청을 받고서다. 시기는 미국 대선 이후로 조율될 공산이 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에 따라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방한 성격은 ‘북미 대화 재개의 모멘텀’ 또는 ‘트럼프 행정부의 작별 인사’로 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양측은 앞으로도 소통 노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고 그 일환으로 서 실장은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방한을 요청했다”면서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오는 11월 중 방한하겠다는 입장을 서 실장에게 밝혔다”고 전했다. 앞서 서 실장은 지난 13~16일 미국 정부의 초청을 받고 7월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찾았다.

현실적으로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방한 시기는 11월 3일 미국 대선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시기는 여러가지 사정을 봐야겠지만 대선 이후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한미 대화 테이블에 오를 의제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열세를 극복하고 대선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방한을 계기로 북미 대화를 위한 논의가 재개될 수 있을 전망이다.


앞서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싱크탱크 애스펀 연구소 화상 대담에서 북미 대화 재개 시점으로 내년 도쿄 하계 올림픽 전후를 제시한 바 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북한이 도쿄올림픽 참가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올림픽 이전, 도중이나 이후에 당사자들이 모여서 북한 주민의 번영과 더 나은 경제적 시기로 이끌고, 현명한 감축과 비핵화를 위한 몇 가지 추가 조치들을 이끄는 협상을 할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차기 대통령이 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우리 정부로서는 오브라이언 보좌관을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전달하겠지만, 바이든 정부와의 접촉도 별도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번 초청은 미국 정부가 바뀌더라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이어가려는 한국 정부의 희망과 노력을 표출한 것”이라면서 “다만 북한 문제에 대한 우선순위가 낮고 대북 제재를 기조로 하는 바이든 쪽에게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 실장은 이번 방미 기간 중 한미 관계는 물론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교착 상태에 빠진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해서는 관련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위해 외교채널을 통한 협의를 계속해나가기로 했다.

지난 10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공개한 북한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강 대변인은 “최근 북한의 열병식 등 정세에 관한 평가를 공유했다”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구축을 달성하기 위해 북미 간 대화 재개 및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의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 유명희 후보에 대한 지지도 요청했다. 미 측은 우리 정부의 요청을 진지하게 검토하기로 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강 대변인은 “금번 방미에서 서 실장은 강력한 한미동맹에 대한 미 측의 변함없는 지지와 신뢰를 재확인했다”며 “공통의 가치에 기반해 동맹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