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3일, 2017년 5일, 2019년 7일. 국내 대표 뷰티 기업 CJ올리브영이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할인행사를 연 기간이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쇼핑족들의 축제로 자리 잡아가면서 CJ올리브영 등 국내 패션·뷰티업계는 점차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행사 기간을 늘려왔다. 미샤의 에이블씨엔씨도 2015년 단 3일간 열던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기간을 지난해는 8일로 늘려 잡았다. 올해는 블랙프라이데이 맞이 세일 기간이 역대급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 해 장사를 망친 패션·뷰티업계가 연말 장사에 ‘올인’한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18일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통상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기간을 전후로 일주일 정도 할인 행사를 여는 게 관행으로 자리 잡혔다”며 “올해는 약 2주 정도로 늘려 잡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기간에 팔려나가는 매출의 위력이 대단해서다. 2018년 미샤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기간 첫날에만 50억원 정도의 실적을 거뒀다. 올해 2·4분기 기준 에이블씨엔씨 전체 매출이 777억원인 점을 감안한다면 하루에만 분기 매출의 7%를 달성한 셈이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맞이 세일 기간을 늘리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뷰티업계가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세일에 사활을 거는 것은 코로나19로 올해 실적이 참담하기 때문이다.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의 상반기 매출은 -23.1% 감소했고 애경산업 -16%, 토니모리 -29.9%, 에이블씨엔씨 -21.1% 등 대다수 뷰티업계는 20% 안팎의 매출 감소를 겪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말 대목 장사에서도 실적을 내지 못하면 내년에도 반등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이 있다”며 “한 해 장사를 잘 마무리하고 끝내야 내년에 반전의 모멘텀을 가져갈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한국판 플랙프라이데이라고 불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참여하는 기업도 늘어났다. 지난해까지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참여하는 기업이 적고 할인율이 낮다는 점을 근거로 비판을 받아왔지만 올해는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업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참가 신청서를 낸 기업은 1,100여개에 달한다. 지난해 대비 4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정부가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소득공제 한도 추가 상향, 개별소비세 인하 등을 통해 뒷받침하는 것도 연말 할인 행사가 경기 회복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코리아세일페스타 주무 부처 수장인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민간소비 감소가 경기 위축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며 “내수활성화가 4·4분기 경기 회복의 주요 변수”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패션·뷰티 등 유통업계는 11월에 열리는 광군제 등 대형 이벤트에 발맞춰 대규모 할인행사를 예고하고 있다. 당장 롯데홈쇼핑은 16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총 3,000억원 규모 물량을 할인 판매하는 ‘대한민국 광클절’을 진행한다. 롯데백화점은 다음달 15일까지 해외 명품 브랜드를 대상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SSG닷컴은 14일부터 18일까지 쓱더블랙 행사를 열었고 추후 추가 할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세일 기간을 연장할 방침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19일부터 프라임데이를 열며 대규모 행사에 들어갔다. 미국의 할인 유통점 타깃은 ‘11월 내내 블랙프라이데이 가격’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다음달부터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