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 전기차 충전소에서 직원이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전기차에 사용된 배터리를 기업이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현대와 LG 등 국내 기업들이 관련 신사업에 진출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제4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열어 각 기업이 신청한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활용사업’ 3건을 포함해 총 10건의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실증특례는 9건, 임시허가는 1건이다. 실증특례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일정 조건에서 기존 규제를 면제해주고 안전성 등을 시험·검증하는 제도다.
우선 현대글로비스·LG화학·KST모빌리티가 신청한 전기 택시 배터리 렌털사업은 실증특례 승인을 받았다.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배터리를 전기 택시회사인 KST모빌리티에 렌털해주고 2∼3년 뒤 나오는 사용 후 배터리는 LG화학이 전기차 급속 충전용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제작한다. 전기 택시는 일반 차량보다 주행거리가 길어 2~3년 내 배터리 교체가 필요하다. 이 사업을 통해 택시회사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는 것은 물론 배터리 가격을 제외한 값에 택시를 싸게 살 수 있어 보다 많은 전기차 택시를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배터리 렌털 업체가 배터리를 수요처에 임대하고, 사용된 배터리를 활용해 전기차 급속 충전용 ESS를 다시 제작하는 등 사용 후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자체 보유한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해 태양광발전설비와 연계한 ESS컨테이너 사업에 나선다. ESS컨테이너는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된 전력을 저장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 후 배터리를 재가공한 뒤 결합해 더 큰 용량의 ESS로 활용한다. 굿바이카는 지자체가 보유한 사용 후 배터리를 사들여 작은 용량으로 분해해 캠핑용 파워뱅크(휴대용 배터리)로 활용하는 사업을 시범 실시한다.
전기차는 보조금을 지원받기 때문에 폐차 시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사용 후 배터리를 지자체에 반납하게 돼 있다. 반납된 배터리는 재사용 가치나 성능·안전성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쌓여 있는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용 후 배터리도 70∼80% 정도 효율이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와 국가기술표준원은 사용 후 배터리의 가치나 성능, 안전성 기준 등을 마련할 계획이며 신청기업들은 2년의 실증기간 수집한 정보를 정부와 공유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기존 전기트램 이외에 수소저장용기·연료전지·배터리 등을 탑재한 수소전기트램을 시험 제작해 트램 노선을 따라 시험 주행하는 사업을 신청, 승인받았다. 창원산업진흥원은 수소트램을 포함해 수소차, 수소버스, 수소건설기계, 수소 이륜차, 수소 드론 등 다양한 수소 모빌리티가 충전할 수 있는 통합형 수소충전소 구축에 나선다. 현재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시행규칙’상 수소충전소는 수소자동차만 충전할 수 있게 돼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능형 디지털 발전소 플랫폼에 대한 사업을 시범 수행한다.
이외에 QR코드 인식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주차로봇 서비스(마로로봇테크), 산업단지 부근에 로봇을 투입해 가스 누출 여부와 치안 감시활동을 수행하는 실외 자율주행 순찰 로봇(도구공간), 기존보다 멸균성능이 우수한 소독제 방식의 ‘병원용 의료폐기물 멸균분쇄기기(메코비) 등 사업도 실증특례 승인을 받았다. LS전선이 신청한 플랫 타입 및 다양한 소재의 고성능 배선기구 7종은 임시허가를 받았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