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할 때 삼중수소를 걸러내지 못할 것입니다. 삼중수소는 아주 적은 양이라도 암을 유발하는 등 인체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정윤(60·사진)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1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저장방식으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방사선 준위를 낮출 때까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지 못하도록 국제 시민사회나 종교단체가 나서 일본 정부를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원자력연구원·한전기술·TUV-SUD-GNEC(독일 규제인증기관) 등에서 30여년간 원전 정비, 연구개발(R&D), 원자로 기계설계와 기기 안전성 평가 등을 했으며 지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폭발을 계기로 ‘원자력 안전과 미래’를 설립했고 ‘원자력 묵시록’이라는 책도 썼다.
그는 일본이 오는 27일 공식 결정을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원전 오염수를 본격적으로 방류할 경우 수개월에서 1년이면 우리 해역에도 흘러오게 돼 그 전에 적극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삼중수소는 인체 내 수소와 치환되면 유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체내 피폭이 우려된다”며 “그렇지 않아도 2011년 원전 폭발 사고 이후 꾸준히 방류된 오염수가 상당수 해산물을 오염시키고 있는데 앞으로는 엄청나게 큰 해양생물 오염을 유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이 국제사회의 비판을 우려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두 번 걸러 방사성 농도를 줄여 방출한다고 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그는 “현재 오염된 지하수를 하루 400톤가량 알프스(ALPS) 등으로 오염을 제거한다고 하지만 저장된 130만톤의 처리수 중 77%가 기준치를 초과한 상태”라며 “알프스는 프랑스 르아크 핵 재처리시설에서 먼저 사용돼 99.99%의 핵종 제거를 장담했지만 백혈병 환자가 발생하는 등 오염물질의 완벽한 제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알프스가 2013년 설치(2016년 증설)되기 전에는 그마저 걸러지지 않은 채 상당량의 오염수가 방출된 것도 문제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은 사용후핵연료가 녹아 뒤섞여 있는 코륨 물질이 계속 열을 발생시켜 이를 지하수로 냉각시킨 뒤 알프스 등을 통해 오염물질을 나름 제거하고 저장탱크에 쌓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는 “일본이 오염수를 두 번 처리해 바다에 버리겠다는 것은 세슘-134, 세슘-137, 요오드, 크립톤 등을 제거한다고 해도 삼중수소는 없애지 못한 채 희석해 방류하겠다는 뜻”이라며 “이는 런던조약 위배일 뿐 아니라 일본은 물론 주변국들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삼중수소뿐 아니라 장수명 고준위 핵종이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 사전에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대표는 “현재도 매일 200톤의 오염수가 지하수에서 꾸준히 용출하는 상황에서 설령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추진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저장소가 필요하고 오염수 처리를 위한 알프스 설비의 대폭 확충도 이뤄져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오염원이 되는 코륨을 제거해야 하는데 높은 방사선으로 지난 9년간 접근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10조원가량이면 일본이 100년간 오염수를 보관할 탱크를 만들 수 있어 한국·중국·대만이 협력해 보관 방안을 협의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문이다. 그는 “일본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국가 간 협력은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결국 민간 교류협력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후쿠시마 주변 주민들과 어민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이들과 연대해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그는 “오염수 방류가 이뤄지면 일본은 후쿠시마 수산물은 다른 항구에서 하역하는 식으로 산지를 둔갑시켜 한국·중국·대만에 저렴하게 수출하고 자신들은 뉴질랜드나 노르웨이산을 식탁에 올리려고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일문일답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걸러 방사성 농도를 줄여 방류 결정을 내리 것으로 보이는데 실효성이 있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사고 직후 지금까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11년 3월 11일 있었던 후쿠시마 원전 수소폭발사고 직후 여러 기관이 평가한 방사성물질 방출량은 500PBq(Pico=1015) 전후 수준으로 체르노빌 폭발사고의 1/10이다. 원자로 자체가 폭발한 체르노빌의 경우 공기 중으로 대부분 빠져 나갔다. 후쿠시마의 경우는 해양으로 빠져나간 양이 80% 이상으로 대기보다 훨씬 많다.
이러한 추정치는 2012년 프랑스 독립규제기술기관인 IRSN이 평가한 것을 보면 2011.3.21~7월 중순 해양 방출량이 INES 환산값으로 약 1,080PBq인데 이는 수소폭발에 의한 대기방출량의 2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지금도 후쿠시마 원전 내에 있는 사용후핵연료가 녹아 뒤섞여 있는 코륨(Corium)이 계속해서 열을 발생시키는 문제가 있어 지하수로 순환 냉각시키고 ALPS 등 오염 제거설비를 가동한 뒤 저장탱크에 옮겨 저장하고 있다. 하지만 70% 이상이 오염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다.
ALPS 설비는 프랑스 노르망디의 르아그 핵재처리시설에서 사용된 설비로 99.99%의 핵종제거를 장담하고 설치했지만 르아그에서 백혈병환자가 발생되어 물의가 발생된 설비이므로 완벽한 제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일본정부가 두 번 처리한 뒤 방류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의 주장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면.
△일본이 두 번의 처리과정을 거처 해양 투기하겠다는 것은 오염수가 희석되어 저준위라고 하더라도 고준위방사성 물질과 장수명 핵종이 포함되면 해양투기를 금지한 1970년 런던조약을 위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세슘-134, 세슘-137, 요드, 크립톤 등등 현재 오염수에 포함된 이들을 제거하고 삼중수소만 제거하지 못하고 희석시켜 저준위로 방류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장수명핵종인 삼중수소가 포함되면 원칙적으로 런던조약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 방류량을 따질 때도 현재 저장탱크에 있는 130만톤만 계산해서는 안된다. 2011년 폭발 사고 이후 배출 총량으로 따져야 한다.
ALPS의 신뢰도도 봐야 한다. ALPS를 거처 방출되는 경우 삼중수소뿐 아니라 장수명 고준위 핵종의 포함 여부에 대한 충분한 샘플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뿐 아니라 지역과 국제 시민사회의 공동참여가 필요하다.
현재도 매일 200톤의 오염수가 지하수에서 꾸준히 용출되고 있다. 지하수 용출은 초기 500톤 규모였지만 2016년 냉동차수벽을 설치하며 대폭 줄었다. 현재 ALPS는 하루 200톤을 처리하는 경우 130만톤을 처리하는데만 20년이 소요되므로 용량 확충이 필요하다.
용출되는 지하수는 그만큼 지하로 빠져나가므로 지하수도 상당부분 오염돼 근본적으로는 오염원인 코륨 제거가 최우선이다. 하지만 사고 원전 내부 지하에 있는 코륨은 높은 방사선으로 인해 지난 9년 동안 접근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코륨을 제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
-일본에서 바다에 방류하면 우리 해역에도 방사능 오염수가 흘러올 것으로 전망되는데 전반적으로 환경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오염수가 태평양을 거져 한반도로 오는데 수개월에서 1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방류된 오염수가 상당수 해산물을 오염시키고 있는데 추가적으로 해양생물의 오염을 유발하며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
삼중수소는 체내에서 쉽게 빠져나갈 수 있지만 인체의 구성요소인 수소와 치환되면 유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체내피폭이 우려된다. 저선량 피폭에 관한 문제는 최근 기준치 이하의 아주 작은 양이라 하더라도 암유발 등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메타분석 결과가 논문으로 나와 주목된다.
일본은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해산물을 잡았다고 하더라도 다른 항구에서 하역해 출하함으로써 산지를 세탁할 수도 있다. 자기들이 잡은 해산물은 한국, 중국, 대만에 싸게 팔고 자신들은 뉴질랜드나 노르웨이 산을 식탁에 올리려고 생각할 수 있다. 해산물 유통을 잘 관찰하고 검역과 생활방사선 관리를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가 중요해진다.
-우리 정부와 시민사회 등이 국제적으로 어떻게 나서야 효과적일 수 있나.
△국가 간 협력은 기대하기 어려워 일본 정부를 압박하는 민간의 협력이 중요하다. 후쿠시마 주민들과 일본 어협 단체, 환경단체가 오염수 방류를 절대 반대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일본 시민사회에 힘을 실어주면서 일본 정부를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 종교단체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시민사회가 이들과 연대하도록 적극 후원할 수 있다.
일본은 환경오염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때 국제사회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다. 100년분을 지상에 저장하는 것이 환경보호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폐 유조선 등에 저장하는 경우 지진에 대비할 수 있다. 20만톤짜리 탱크를 제작하는데 대략 2,000억원 들어간다고 할 때 10조원가량이면 100년치 오염수를 저장할 수 있다. 비용이 많다면 한국과 중국, 대만이 공조해 도울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