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PEF) 운용사 오퍼스프라이빗에쿼티와 케이스톤파트너스 등 국내 중견 운용사가 한진중공업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진중공업 매각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과 산업은행은 오는 26일 예비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KDB산업은행의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KDBI)와 한국토지신탁 등 일부 후보가 인수 의향을 밝힌 상황이어서 매도자 측에선 경쟁 입찰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 외 7개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보통주 63.44%와 필리핀 금융기관이 소유 중인 보통주 20.01%다. 채권단 보유 지분 전량에 대한 매각가는 4,000억~5,000억원 수준으로 언급되고 있다. 지분 전량이 매각 대상이지만 매도자 측은 원매자들에게 인수 구조를 자유롭게 제안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진중공업은 2018년 초 필리핀 수빅조선소에 대한 투자 유치를 진행해왔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이후 자본잠식에 빠진 수빅조선소는 필리핀 현지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이후 한진중공업은 6,8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 등을 통해 지난해 2·4분기 극적으로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났다. 조선과 건설 부문에서 성과를 내면서 지난해 영업이익 770억원을 내며 흑자전환 했다. 또 인천북항 배후부지와 동서울터미널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부지/구글맵(google map)
거래가격이 5,000억원에 이르는 대형 딜인만큼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할 재무적투자자(SI) 확보에 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업의 경우 글로벌 수주가 크게 줄어들어 사모펀드가 투자 허용 기간 동안 의미있는 실적을 내기 어려운 사업이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은 건설 부문에 강점이 있고 부산 영도조선소 등 개발가치가 높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 건설사나 부동산개발사와 손을 잡는 방식을 우선 순위로 고려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전체 사업 중 건설 부문 비중이 높다. 지난해 말 기준 조선 부문 매출 비중은 30.8%인 반면 건설 부문 비중은 53.2%에 이른다. 한진중공업은 아파트 브랜드 ‘해모로’를 중심으로 한 주택사업과 플랜트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인수 포인트 중 하나는 부산 영도조선소 부지다. 연 면적 26만㎡ 규모에 이르는 영도 도시재생사업의 핵심지역으로 부산항 북항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상업지로 용도변경이 이뤄지면 대규모 개발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진중공업 노조가 사모펀드의 단독 인수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컨소시엄을 구성하려는 배경 중 하나다. 노조 측은 영도조선소의 용도변경이 이뤄지면 조선업을 이어갈 가능성이 낮아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수년간 구조조정을 겪은 회사의 경영과 고용 불안정성을 잠재우고 향후 협상에서 노조와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SI를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후보들의 컨소시엄 구성 여부가 이번 한진중공업 매각의 흥행을 결정 지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M&A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한 건설사가 또 한 번 흐름을 주도할 지 주목된다. 올해 M&A 시장의 대형 딜의 인수 후보로 건설사들의 이름이 거론됐다. 실제 SK건설은 올해 최대어였던 EMC홀딩스를 1조원에 인수했고, IS동서도 코엔텍을 5,000억원에 사들여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