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집회 보장" 채증 규칙 손본다지만...시민은 "글쎄"

인권보호 위한 개정안 심의·의결
집회 대응요령 '포켓북' 배부도
시민단체는 "통제 완화엔 한계"

지난 3일 경찰관들이 우면산터널 입구에서 차량 시위를 벌이는 시위대를 검문하고 있다./연합뉴스

보수 시민단체 집회에 강경 대응해 논란이 됐던 경찰이 시위현장에서의 채증활동에 대한 규칙을 정비한다. 채증범위를 이전보다 제한하고 채증자료를 수사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즉각 폐기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시민사회 등은 이 같은 조치가 집회의 자유와 권리를 완전히 보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위원회는 이날 집회·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채증활동 범위를 규정한 ‘채증활동 규칙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집회·시위 현장 채증과 소음측정 업무가 정보국에서 경비국으로 이관된 것을 계기로 경찰청이 지난 2017년 경찰개혁위원회가 권고한 사항과 대법원 판례 등을 반영해 개정안을 새롭게 마련했는데 이를 심의한 것이다.



개정안은 채증범위를 제한하고 구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전에는 집회 등에서 불법활동 혹은 이와 밀접한 행위를 할 경우 채증을 할 수 있었는데 이를 ‘불법행위를 하고 있거나 한 직후’로 제한했다. 또 채증 전 당사자에게 고지하고 채증자료를 수사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을 경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즉각 폐기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전에는 지침으로만 하달됐는데 아예 규칙으로 명시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참가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집회현장에서 유형별로 현장 대응요령을 담은 포켓북 ‘한 손에 잡는 법과 원칙’도 전국 1만여명 경비 경찰들에게 배부할 예정이다. 상의 주머니에 넣어 소지할 수 있는 크기로 집회 소음관리 및 행정대집행 조치 요령, 집회 단계별 해산절차 내용 등이 담겼다. 현장에서 포켓북을 보면서 경찰들이 일관성 있게 법 집행을 할 수 있는 만큼 불법집회는 즉각 차단하고 합법적인 시위는 보장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다만 시민단체 등은 이번 경찰의 조치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문규 경제정의실천연합 위원은 “채증을 하는 경찰 요원들을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식을 강제하고 채증 장비도 특정하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도 “책자 배부가 자의적인 법 집행을 막는 순기능도 있지만 집회현장 경찰관들의 집회통제를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심기문기자 hooni@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