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버스환승센터 정류장에 붙어 있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천식·기관지염·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폐 기능이 약한 호흡기질환자, 부정맥·협심증·심부전 등 심혈관질환자는 비말차단·보건용 마스크 착용으로 호흡곤란 등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이런 환자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버스·지하철·공공장소 등에서 의무화된 비말차단·보건용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호흡곤란 등 증세로 급하게 내렸다는 얘기가 종종 들린다. 심혈관질환을 앓던 중년 초등학교 교사가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다가 쓰러져 숨진 사건도 있었다.
호흡기·심혈관 질환자가 마스크를 쓰면 호흡곤란을 느낄 수 있다. 일교차가 크고 찬바람이 부는 환절기에는 이런 위험이 커지게 마련이다. N95 마스크를 쓴 COPD 환자들을 보행 테스트했더니 일부는 호흡곤란척도점수(mMRC)가 3점 이상으로 높아지고 현기증·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런 COPD 환자는 마스크 착용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분사형 흡입기를 사용할 때는 약제 용기를 3~4회 흔들어준 뒤 양손가락으로 누르고 5초 동안 천천히 깊게, 끝까지 들이마신 뒤 10초간 숨을 참아야 약물이 기관지 끝까지 잘 흡수된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김재열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천식이나 COPD, 알레르기 비염 등 폐 기능이 낮은 만성질환자는 질환·증상에 따라 마스크 착용시 산소 부족으로 호흡곤란 악화, 저산소혈증, 고(高)이산화탄소혈증, 어지러움, 두통 등 증상을 악화시켜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따라서 증상 발생시 개별 공간에서 마스크를 즉각 벗고 휴식을 취한 뒤 증상이 완화되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 “호흡기·심혈관질환자는 외출 전 KF 80(0.6㎛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 또는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써보고 호흡곤란·두통·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있으면 외출을 삼가는 게 좋다”고 했다.
천식·COPD 환자는 외출을 삼가고 부득이한 외출 시 물·음료를 휴대해 자주 마시는 게 좋다. 효과가 빠른 흡입형 기관지확장제를 갖고 다니다 증상 악화 시 5분 간격으로 2회 흡입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선천성 심장병이 있거나 고혈압·고지혈증·부정맥·협심증·심부전 등 심뇌혈관질환자와 임산부·어린이·노약자도 마스크 착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원호연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혈관질환자라면 외출시 마스크를 꼭 착용하되 호흡곤란·흉통이 나타나면 의사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 감염은 심혈관질환을 악화시키고 중증 폐렴 빈도를 높인다”고 했다.
COPD는 기도가 돌이킬 수 없이 좁아져 숨쉬기 힘들어지는 호흡기 질환으로 만성적인 기침·가래가 동반된다. 가슴에서 쌕쌕거리는 소리(천명)가 나기도 한다. 흡연자, 유해 가스 노출자, 실내외 대기오염, 폐 감염 등에 의해 기관지와 폐에 만성 염증이 생기면서 발병하는데 최대 원인은 흡연. 지난 2007~2015년 국내 흡연율이 27.7%에서 23.9%로 줄자 COPD 유병률은 15.3%에서 12.3%로 감소했다.
COPD와 천식은 호흡곤란·천명·기도폐쇄 등 증상은 비슷하지만 발병원인, 임상경과, 합병증, 치사율, 치료법은 완전히 다르다. COPD는 기관지확장제가, 천식은 흡입형 스테로이드가 가장 중요한 치료제다. 김이형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COPD는 주로 40대 이후에 발병하며 폐 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된다. 야간 혹은 이른 아침에 기침이 심하고 호흡곤란, 천명, 기도폐쇄는 항상 일어난다. 반면 천식은 이른 나이에 발병하고 비흡연자, 소량의 흡연자에게서 보통 간헐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며 알레르기 질환과 연관이 있는 경우가 흔하다”고 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