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기업 ‘돈잔치’…상장 이튿날 옵티머스 투자도

유증, 상장 등으로 자금 조달 후 옵티머스 투자
일부 기업 100억 이상 손실 내기도
금투업계 "투자자들이 배임 의혹 제기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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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대거 ‘펀드 환매 사기’로 5,000억 원 대의 피해를 초래한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중 일부는 ‘설비투자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한 직후 옵티머스 펀드에 자금을 투입하거나 코스닥 상장 다음 날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으며, 옵티머스 펀드가 사기로 드러나 투자 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사례도 드러났다. 증권투자업계에서는 자금 조달 목적과 다른 곳에 투자를 단행한 만큼 배임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R&D 재투자’ 유증 하더니…한 달 뒤 ‘옵티머스 투자’ 도마 바이오 기업 도덕적 해이




1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녹십자(006280)웰빙은 기업공개 당시 “조달한 자금 중 400억원은 충북 음성에 신규 공장을 세우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 100억원은 진행 중인 임상시험에 투입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신들이 밝힌 자금 용처와는 전혀 관계없는 곳에 투자한 셈이다.



일부 기업 뒤늦게 뛰어들어 손실도...금투업계 "배임 우려도 제기"




이외에도 크리스탈지노믹스·중앙백신연구소 등도 유상증자 이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 관계자는 “5월21일 투자한 금액 30억원을 전액 환수했다”고 밝혔다. 제이브이엠(JVM)도 지난해 6월과 올해 3월 각각 20억원씩 40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으며 이 중 20억원은 돌려받지 못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당초 ‘안정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며 약 5,000억원의 자금을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끌어모았다. 이후 해당 투자가 공공기관이 아닌 사모사채로 투입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고 있다. 때문에 바이오 기업이 이 회사에 투자한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유상증자와 상장을 한 직후 매출의 상당비중에 해당하는 자본을 사모펀드에 투입하는 투자행태는 이례적이다. 바이오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증자 직후 모든 금액을 R&D와 설비 증설에 쏟을 필요는 없다”면서도 “매출 없이 주주들의 돈으로 기술 개발을 진행하는 바이오 기업이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증권사가 운용하는 금이나 달러 연계 상품과 같은 안전 자산이나 유망한 바이오벤처에 지분 투자를 하는 게 통상적”이라고 덧붙였다. 금융투자 업계가 바라보는 시선도 비슷하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운영자금은 투자자금이 아니다”라며 “5월에 운영자금이 필요하다고 유상증자를 해놓고 6월에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주들이 경영진을 상대로 배임으로 소송을 낼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우영탁·서지혜·이승배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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